• (신간) 29년 차 언론인이 말하는 세상은 맑음
  • 세계일보 박태해 문화체육부장, 22인의 라이프스토리 '세상은 맑음' 펴 내
  • 중앙언론사 문화선임기자가 만난 22인의 생생한 라이프 스토리가 한권의 책으로 엮여 출간됐다.

    박태해 세계일보 문화체육부장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인터뷰이로 만난 22명의 걸어온 길과 삶을 '세상은 맑음' 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 냈다.

    저자인 박 부장은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 가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막막했다'는 어느 시인의 말 처럼, 삶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절망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고 했다.

    저자 역시 한때 이런 불안감과 함께 '헛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무얼 해도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하물며 주변에 이런 고민을 털어 놓아도 오히려 시간이 많아 잡념이 생긴 거라는 핀잔만 들었다.

    박 부장은 "그 때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지를 들여다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문화선임기자로 '나의 삶 나의 길'이란 인터뷰를 진행하며 대학총장, 병원장, CEO, 화가, 의사, 사회단체 대표, 연예인 등 많은 인사를 만났다"면서 "누가 봐도 성공한 이들이지만 그들 역시 '좌절과 분노, 열등감, 회한에 몸서리를 치는 순간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고 했다.

    박 부장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찰리 채플린의 말을 실감케 했다"면서 "그럼에도 이들은 노력과 절제와 인내로 자신 앞에 닥친 크고 작은 고비를 넘겨왔고, 그리고 봉사로, 예술로, 양보와 나눔으로 인생을 풍요롭게 꾸미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부장은 이들이 있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따뜻하고 맑고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다. 

    책 속에서 저자가 처음 인터뷰 한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휠체어 장애인 대학생이면서 첫 휠체어 방송인이다. 

    지체장애 1급인 그는 한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와 왼팔을 못 쓴다. 

    그나마 온전한 오른손 기능도 40%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늘 웃는다. 

    어릴 적 어머니가 "너 같은 장애아를 보면 사람들이 불쌍해 하며 불편해 한다. 그런 사람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웃어야 한다'며 웃는 연습을 시켰다"는데, 본능이나 다름없는 미소는 그의 심벌 마크가 됐다. 

    그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 없는 법과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그리고 장애인 누구라도 노력하면 주류사회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날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박영관 세종병원 회장은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40대 초반, 잘 나가던 의과대학 교수직을 내 던지고 '돈이 안 되는' 심장병원을, 그것도 서울이 아닌 경기도 부천에 열어 30여 년간 한 분야로 매진해 대표적인 심장 전문병원으로 키웠다. 

    그는 단순한 병원 경영자에 머물지 않고, 국내외를 합쳐 2만5천여 명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무료 치료하며 인술(仁術)을 실천했다.

    '흙수저 신화'로 불리는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은 방송대 출신 최초 모교 총장이 된 인물로 졸업생 67만 명, 재학생 11만 명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농사일을 천직으로 알다, 뒤늦게 주경야독으로 공부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방송대에 진학한 자수성가의 전형이다. 

    그에게선 폐목강심(閉目降心),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내공이 묻어난다. 

    '국민 MC' 송해 선생은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어디를 가나 항상 나이를 내려 놓는다. 

    '전국노래자랑' 30년을 하는 동안 연출가 3백여 명을 겪었지만, 그들에게 맞추고 양보해 왔다고 한다.

    "90년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 버렸다. 하루하루가 금쪽 같아요. 다들 양보하고 웃으며 사세요. 싸울 일이 있어도 피하세요" 

    그가 말하는 영원한 현역의 비결이다. 

    과학계의 유리천장을 깬 이로 유명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 '팬데믹과 문명' 등 역저를 내며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팬데믹에 관한 그의 진단은 명쾌하다.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면 사회적으로 안정이 될 것이나 또 다른 팬데믹이 오는 것은 시간 문제다. 대비해야 한다.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지루한 업(業)을 예술로 만든 이도 있다. 

    김한겸 고려대 병리과 교수는 온 종일 현미경만 들여다 봐야 하는 병리의사란 직업이 갑갑하고 힘들었지만 오히려 역발상으로 그 일을 재미로 만들게 한 기막힌 아이템을 찾아냈다.

    인체의 병든 조직에서 예술 작품을 발견하는 일에 매료돼 현미경 사진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배 고프던 어린시절 단돈 7만원을 들고 상경, 의수족 기술을 배워 보장구 업체 사장이 된 선동윤 서울의지 대표는 20여 년간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 

    탈북 장애인 의족 지원, 절단 장애인 히말라야 백두산 원정 지원, 동남아 절단 장애인 지원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그간 6만여 장애인에게 의수족을 만들어 준 그는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들 외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온 인생에서 우리가 삶의 지표로 삼을 값진 인생의 지혜를 들었다. 

    박 부장은 "인터뷰이로 만난 한 분 한 분이 모두 혼탁한 세상을 맑고 따뜻하게 하는 이들이다"면서 "모두에게 감사하며, 바라는 바 각자의 영역에서 스스로 향기를 뿜으며 주변에 위안과 희망을 주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작은 용기와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지은 이 / 박태해 기자(사진)

    = 29년 차 언론인으로 세계일보에서 사회.문화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다.

    2013년부터 문화부장, 선임기자, 사회2부장, 논설위원, 문화선임기자를 거쳐 현재 문화체육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녹색언론인상, 한국장애인인권상, 근로평화상, 대한민국의학기자상 등을 수상했다.(e-메일 pth1228@segye.com)
  • 글쓴날 : [21-02-0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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