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칼럼) 싸목싸목 지구별 여행, 제주 애월 감귤농장
  • '자연 숙성된 완숙의 단맛, 입안에서 춤 춰'
  • 제주도 여행은 사계절이 설레이지만, 특히 겨울여행은 그 어느 계절보다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그것은 돌담 안에 가득찬 황금 빛 귤 농장을 구경하거나 체험하는 것이다. 

    햇빛을 받아 더욱 싱그럽게 빛나는 제주 감귤 밭을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라. 

    봄철의 유채꽃 보다 여름철의 일렁이는 파도 보다, 가을철 오름을 뒤 덮는 갈대 숲보다 아름답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애월 바다가 저 만치 보이는 중산간 감귤밭에서 귤 따기가 한창이다. 

    이미 다른 농가들은 모두 수확을 마치고 경매 가격에 신경을 쓰면서 출하 하기 바쁘다. 

    그러나 이곳은 사정이 좀 다르다. 

    감귤 수학 초기에는 달리는 일손을 구하지 못해 작업이 늦어졌고, 중반 쯤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수확이 늦어졌단다. 

    이제는 더 미룰수 없는 처지가 돼 본격적으로 수확을 하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감귤의 단맛은 감칠 맛이 들어 더욱 깊은 맛이 난다. 

    영하의 날씨를 나무에 매달린 채 견뎌냈으니 자연 숙성된 완숙의 단맛이 입안에서 춤을 춘다. 

    저만치 애월 바다에서 불어 오는 해풍과 제주 특유의 온화한 날씨 속에 감귤 수확 작업은 쾌적하다. 

    톡톡톡 전지 가위질 소리 따라 솔솔 풍겨오는 감귤 향기가 코 끝을 간지른다. 

    자연 속에서 아로마 테라피를 체험하는 느낌이 든다. 

    갑자기 푸드득 꿩 한 쌍이 날아 오르고 이름 모를 새들 노래 소리가 청아한 농장에서 귤 따기 체험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귤 따기 매력에 빠져 몰입 하다가도 정말 맛있게 익은 귤을 발견하면 얼른 입 안에 넣는다. 

    나무에서 잘 익은 감귤을 직접 따서 먹는 맛이라니,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이 안가는 오묘한 맛이다. 

    마트에서 사먹는 맛과는 확실히 다르다. 

    단맛과 신맛이 8.5 대 1.5 랄까. 

    그윽한 천연의 단맛이 기분 좋게 고급진 신맛을 감싸 안으면서 허브 향과 후로랄 향이 조합된 기가막힌 감귤 향이 입안에 가득찬다. 

    새들이 노래하는 귤 언덕에서 가늘게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 보며 먹는 맛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농부들은 귤을 수확하느라 기계적으로 전지가위를 놀리며 빠른 속도로 귤을 따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여행자에게는 이 모두가 여행의 일환으로 나홀로 즐기는 호사일 뿐이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통나무 장작불 곁에 삼삼오오 나눠 먹는 커피 맛도 일품이다. 

    통나무 장작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장작과는 다르다. 

    장작을 완전히 쪼개지 않고 상단의 일부만 열십자 모양으로 쪼개고 그 사이에 불을 지펴서 오래도록 타오르게 하는 방법이다. 

    주로 감귤농장에 방풍목으로 심었던 삼나무 등을 사용하는 데 제법 운치가 있다. 

    감귤 수확에 열중하면 살짝 땀이 나기도 하는데 겨울철 야외에서 장시간 일하다 보면 따끈한 커피와 찐빵은 좋은 참거리가 된다. 

    통나무 장작 옆에서 구수한 제주방언을 들으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그야말로 꿀 맛이다. 

    어느 새 뜨끈한 육개장으로 든든히 먹었던 점심식사도 소화가 다 되고 진한 여운의 커피 새참도 배가 다 꺼지고 시장기가 돌 때 쯤 하루 일과가 끝이 난다. 

    농장 바닥에 길게 놓인 귤 컨테이너 박스를 바라보니 새삼 뿌듯하다. 

    나에게 농부 소질이 남 다르게 있었나 감탄을 하면서 수확을 마친 귤 나무들을 바라본다. 

    황금빛 귤을 내려 놓은 채 초록잎 만 무성하게 서 있는 모습이 늠름하기만 하다. 

    내년 봄이면 달콤한 향기를 내뿜으면서 또다시 하얀 꽃 망울을 터트리겠지. 

    그 때까지 건강하게 안녕, 눈으로 인사하고 돌담 길을 따라 농장 밖으로 나왔다. 

    차를 달려 애월 해안도로를 달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가한 카페로 들어간다. 

    하루 종일 밖에서 움직였던 몸을 편히 하면서 뜨거운 생강라떼 한잔을 들고 어둠이 내려 앉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 본다. 

    제주 겨울여행 참 좋다.
  • 글쓴날 : [21-01-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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