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잔한 잔설(殘雪)의 꿈은 왠지 아련하고 서글프지만
그래도 바람에 날리는 흰 목화 솜이불 처럼 쌓인 눈덩이 바닥에 꿈을 새기고
끈질기게 버틴다
남극의 만년설이나 백록담의 백일설(百日雪)을 꿈꾸며
한겨울 음지와 바람 덕분에 마지막까지 순백의 정조를 지키는 너의 처연한 얼굴
다음 번 또 눈이 내리는 날 반갑게 새눈을 만나 둘이 합쳐질 즐거운 기대감에 가슴이 쫄깃 두근두근
혹시나 끈질긴 버팀을 질투하는 태양의 시샘을
피할 걱정에 늘 긴 한숨한숨
사르르 소리없이 녹아
제주의 옅푸른 잔디에
적시며 잡초들의 생명을 보살피다 승화된 수증기 뿌연 모습들은
아마도
몇날 후엔 창기(蒼驥)를 타고 순백의 눈결정체로 덧내릴 누렁소해 '첫눈'이란 이름을 기다린다
ㅡ 210104 제주 明月里民
金학시니 생각
(글쓴 이/김학신-순천 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 한림읍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