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인 항아리 속에서도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효소라는 녀석들이
소곤대는 이야기가
독아지 안에서 도란도란
다가오는 춘삼월 엔
산나물 푸성귀에 옷 입혀 뭇 사람들 혀 맛을 알싸하게
만들 기대에 미소띤 옹기
"그것은 살아서 숨을 쉰다"
넉넉하고 고즈넉한 종가집 고옥에 씨간장을 고이 품고 종 된장 고추장을 대대로 이어주던 장독
그 위상에 가슴 벅찬 흐뭇함과 자부심
"그것은 썩음을 방지한다"
백세시대 건강밥상 책임은
못 생긴 제주 항아리를 믿고 얼마든지 맡겨 보시게
발효 효소든 전통 장류든
"그것은 깨끗함 자체이다"
그리고 먼 훗날
깨진 독아지 파편은
원래 태어난 불가마터
조끄테 수구초심
흙으로 다시 돌아가
깊은 곶자왈에서 옮겨 심은 와로운 도깨비쇠고비
자양분이 되고 홀씨되어 흥얼흥얼 노래부르리
ㅡ201229.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 생각
(글쓴 이/김학신-순천 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 한림읍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