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유행가는 세상과 통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부르기를 무척 좋아 한다.
역사 기록에도 '음주가무를 즐기는 종족' 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면, 우리 핏속 엔 그런 기질, DNA가 들어 있는 게 확실하다.
가수 싸이가 그랬고, 방탄소년단, 블랙핑크가 지금 세계를 재패하고 있다.
태평하면 즐거운, 어지러우면 분통 터지는, 망하면 한탄하는 노래로 시대를 증언해 왔다.
동학농민운동이 있었던 1894년 '새야 새야 파랑새야' 에서부터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방탄소년단 'I'm Fine'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있고, 최근 미스트롯 송가인, 미스터 트롯 임영웅 등 놀라운 신인 가수가 등장하면서 TV에서 미스터 트롯이 종횡무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트롯 민족, 사랑의 콜센타 등 왼통 트로트 판이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 트롯'으로 세대 간의 공감과 소통이 이어져 가족 간 대화할 주제가 생겼다는 얘기다.
이처럼 트롯 열풍이 방송가를 휩쓸고 있다.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 트롯'과 방송인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해 노래했던 MBC '놀면 뭐하니' 등이 기폭제가 됐다고 본다.
변방에 밀려나 있던 트로트가, 우리말 뽕짝이 이제는 주인공 대접을 당당히 받는다.
KBS의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 외엔 관심이 없었던 지상파 방송들이 갑자기 문을 활짝 열고 나선 건,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 트롯이 터트린 어마어마한 잭팟 때문일 것이다.
이같은 트롯 열풍은 세상과 어떤 역사성을 가지고 있을까.
1970년대에는 그 시대를 풍미했던 이장희의 '그건 너'가 있었다.
콧수염과 불량기 있어 보이는 오토바이, 금지곡 지명가수, 대마초 사건 연루 등 크고 작은 사고로 늘 대중의 관심을 몰고 다녔던 그다.
필자가 농협에 다니면서 대학엘 다니고 있을 때다.
'우연히 마주 친 동창생 녀석, 너 미쳤니 하면서 껄껄 웃는 친구, 바로 너 때문이야' 라는 의미의 노랫말은 당시 세상을 향한 절규였다고 본다.
가수ㆍ작곡가ㆍDJ로 70년 대를 풍미했던 이장희는 선이 굵고 은은하면서 귓전을 훈훈하게 데워 줄 만큼 따뜻함이 배인 목소리로 '한잔의 추억' '그건 너'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주옥 같은 곡들을 불렀다.
1975년 가요 정화운동 당시 '그거 너' '불꺼진 창' '한잔의 추억' 등이 금지곡 목록에 올랐는데 '그건 너' 는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불꺼진 창' 은 창 옆에 비친 그림자가 불륜이라는 이유, '한잔의 추억' 은 계속 마시자는 내용 때문이라고 했다.
그게 바로 그 당시의 시대 상이니 유행가가 역사라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가사 자체가 애국가인 노래는 '독도는 우리 땅'일 것이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독도는 우리 땅'
이 노래는 애국가를 넘어 우국가라 함이 옳을 듯하다.
영토 주권의 본질이고 배타적 애국의 화살과 방패다.
독도 관련 대중가요는 '독도사랑', '외롭지 않는 섬' 등이 있으나 이 노래는 1980년대 한일 외교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금지했다.
1960년대는 왜색조라는 명분으로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 '기러기 이빠' 등이 금지됐다.
대한제국은 1904년 1월에 대외 중립을 선포했으나 한성부를 점령한 일본의 강요로 중립을 유지할 수 없었고, 일본은 러일전쟁을 치르면서 울릉도와 독도에 군사 용 망루를 설치 점령했던 것을 이유로 독도를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망언을 하고 있다.
노랫말에 '신라 지하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고 했다.
2017년 3월, 귀화한 독도 전문가 호사카 유지 교수가 역사적으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한국 역사노래부르기 회장이고 KBS 라디오 유머 일번지 작가였던 박인호는 음악평론가ㆍPD로 활동했는데, 그는 한국의 정신을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싶어 '독도는 우리땅' 을 만들어 포졸복을 입은 정광태, 임하룡, 심형래, 김학래에게 부르게 했다.
녹화가 끝난 후 휴지통에 버려진 가사지를 정광태가 꺼내 재미 있다며 배껴 녹음했다가 신형원의 불씨가 담긴 옴니버스 LP판 A면에 2분 길이가 모자라 맨 끝 트랙에 이 노래를 수록해 히트가 됐다.
정광태는 이 노래로 신인 가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처음엔 "당연한 우리 땅을 왜 우리 땅이라고 굳이 하느냐"며 대중에게 비웃음도 당하고 정부로부터 금지곡이 됐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 때 대통령이 좋아 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에서 풀린 것은 물론, 각 방송사가 이 노래로 도배를 했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모든 유행가는 세상과 통한다'는 얘기를 굳이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