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시니 생각' (201207)
  • <제주에서 온 편지> 35
  • 하루에도 몇번 씩 불효 짓
    십 수번씩 불효 생각
    그 나마 막상 효도 노릇은
    한 두번쯤이나 될까 말까

    그 곱고 보드랍던 살 갗은
    어느 새 깊은 주름과 꺼칠한 삭신으로
    고상과 빈틈 없던 당신이
    갑작스런 변덕과 심술로
    세월의 흔적은 짠한 가슴을
    후비고 상흔 딱지를 남긴다

    효도는 특별함이 아니라
    그때 그때 순간 파도 타는 것에서 시작되는 작은 일상이거늘 왜 이리도

    옛날 일기 속에 쓰여진 일과들이 세월이란 흐름에 점점 바래 희미해 지듯이
    당신의 머리 속이 새 하얗게 변색되는 아픔이 매일매일
    이어지는 하루하루

    불효자의 정성이 하루에 두번 만이라도 당신의 찌뿌린 미간을 편안한 미소로 채울 수만 있다면

    자고로 효자는 불효자고
    불효자는 효자이구먼
     
    ㅡ201207.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 생각

  • 글쓴날 : [20-12-07 15:09]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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