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황룡강 장록습지의 강바람이 쓸쓸하고 차갑기만 하다.
일주일이면 두세 번 자동차로 지나가는 황룡강 장록습지 둑방 길을 오늘은 걸어본다.
차로 지나 갈 때 마다 보았던 푸르륵 날아 오르던 새들과 습지에서 손을 흔들 던 갈대들이 가까이 다가 서서 보니 웬 지 더 다정하게 보인다.
초겨울 날씨 답게 희뿌연 시야를 멍하게 바라보고 서 있는 나에게 차가운 공기가 정신을 퍼뜩 차리게 한다.
조심스레 수변으로 내려간다.
혹시나 작은 생명체라도 내 발길에 밟힐까 천천히 발 밑을 관찰하면서 조심조심...
장록습지는 도심을 통과하는 하천 습지로 광주광역시 광산구 호남대학교 인근 황룡강교 일원에서 영산강 합류부까지 3.06㎢에 이른다.
선운지구 신도심, 송정·장록동 등 원도심과 가깝다.
원시적인 자연 그대로의 원형을 간직해 영산강 생태 통로를 연결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습지 보전 필요성을 인식해 지난 2017년 10월 환경부에 장록습지의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요청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습지센터는 지난해 2월부터 정밀조사를 시행해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습지로는 보기 드물게 멸종위기종 등 8백29 종 생물의 보금자리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장록교 주변으로 한 금호타이어 뒤편 황룡강은 ‘습지’라기 보다는 홍수로 인해서 떠내려 온 나무나 쓰레기가 쌓인 곳이다.
오히려 보존보다는 당장 정화가 필요한 곳이다.
멀리 선운지구 신도심의 아파트가 장록습지 뒤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그 아파트 단지 앞으로 드넓은 장록습지가 평화롭다.
아파트와 갈대밭이 일렁이는 습지가 조화롭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공생하면서 상생하는 구도이다.
이 처럼 아름다운 평화가 지속되려면 두말할 것 없이 장록습지가 보존되고 인간의 훼손이 금지되어야 한다.
장록습지의 보존에 앞서 정화작업이 필요함을 느끼고 발길을 돌린다.
장록습지는 원시적인 자연생태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원시적이란 표현이 자연상태 그대로 이란 의미 일텐데, 마치 원시적이란 표현이 정비되지 않고 방치된 어수선한 모습이란 말로 다가왔다.
각종 쓰레기들이 청소되고 명랑한 새소리가 깃들며 수많은 작은 생명체들이 인간의 간섭과 오염없이 평화롭게 사는 장록습지가 되면 좋겠다.
장록습지 주변 마을 아파트들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서 아름답게 상생하는 평화로운 조화를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