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
사람 만 늙고 병든 줄 알았는데
웬걸 우리가 사는 집도
시간을 먹으니 노화되고
농장 땅덩어리 조차도 동맥 경화증에 걸린 듯
화산 섬 맑은 지하수가 공급되던 땅 속 상수도가 이곳 저곳 막혀 파열돼 누수로 흥건히 적신다
모세 혈관이 터져 퍼렇게 멍든 상흔처럼
스프링쿨러로 농작물과 수목들의 젖줄이 되었던 농업용 수도가 균열되어 곳곳이 졸졸졸 줄줄줄
건물 지붕과 외벽도 태풍이 지나가니 군데군데 상채기
탈모 증이나 피부 트러블 마냥 가는 세월 흔적이 너풀너풀 초겨울 바람에 흩날린다
삼다 바람에 그 견고하던 제주석 돌담이 콰당
무너져 널부러졌다
마치 나이 든 농부의
울퉁불퉁 손가락 처럼
마디마디 듬성듬성
아~
세월 이기는 장사가 있을까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수 없지
그래도 올 겨울엔 붉은 동백과 하얀 수선이
설경 속 매화를 불러 내겠지
ㅡ201123.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