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시니 생각' (201023)
  • <제주에서 온 편지> 26
  • 시월(十月) 가을 밤비가 소곤소곤
    뒹구는 낙엽 위에 고이 숨긴 추억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 흥건히 적시며
    초침(秒針)을 밀고 있다

    구순 넘기신 갑장 사돈 당신들은
    뚝뚝 떨어지는 빗물에
    그때 그시절의 추억들을 
    채곡채곡 접어 넣는 듯
    겸연쩍은 헛 미소만 멀거니

    얼마 전에 친구 '태양'을 잃은 명월이는
    주인 없는 개집을 넋 놓고 쳐다 보며
    슬프디 슬픈 눈망울을
    힘 없이 가을 비에 떨군다

    가을이 가는 길목에서
    가을 비 흠뻑 마신 억새꽃
    내일 비 갠 뒤 하얀 솜털을 뽐 낼 준비에
    가슴 설레는 소리 두근두근

    2020 가을 비에 마지막 샤워 중인
    숫 소철 잎사귀는 구릿빛 알통 가진
    강인한 인디안추장 닮은
    모자 깃털처럼
    이기자 퐈이티~잉

    옛사랑이 흘리게
    한 눈물 자국같은 낙엽과 함께
    시월의 가을은 화살처럼
    쏜살 같이 지나간다

    (글쓴 이/김학신-순천 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 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시 한림읍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 글쓴날 : [20-10-23 10:28]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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