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十月) 가을 밤비가 소곤소곤
뒹구는 낙엽 위에 고이 숨긴 추억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 흥건히 적시며
초침(秒針)을 밀고 있다
구순 넘기신 갑장 사돈 당신들은
뚝뚝 떨어지는 빗물에
그때 그시절의 추억들을
채곡채곡 접어 넣는 듯
겸연쩍은 헛 미소만 멀거니
얼마 전에 친구 '태양'을 잃은 명월이는
주인 없는 개집을 넋 놓고 쳐다 보며
슬프디 슬픈 눈망울을
힘 없이 가을 비에 떨군다
가을이 가는 길목에서
가을 비 흠뻑 마신 억새꽃
내일 비 갠 뒤 하얀 솜털을 뽐 낼 준비에
가슴 설레는 소리 두근두근
2020 가을 비에 마지막 샤워 중인
숫 소철 잎사귀는 구릿빛 알통 가진
강인한 인디안추장 닮은
모자 깃털처럼
이기자 퐈이티~잉
옛사랑이 흘리게
한 눈물 자국같은 낙엽과 함께
시월의 가을은 화살처럼
쏜살 같이 지나간다
(글쓴 이/김학신-순천 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 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시 한림읍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