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들녁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반겼다.
논 마다 영글어 고개 숙인 나락이 추수를 앞두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중이었다.
올 해도 풍년이구나 안심이 되었다.
느닷없는 봄철 강추위와 지난 여름 거센 폭풍우를 이겨내고 들판 가득 일렁이는 벼 이삭들의 물결이 대견하기 그지없다.
네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시골 길을 조심스레 운전했지만, 웬지 목적지 와는 다른 한옥마을에 도달했다.
마을 어르신들께 다시 묻고 자동차의 네비게이션과 스마트폰의 길찾기 까지 동원해 드디어 나주 금성산 생태숲에 도착했다.
만일 다른 곳을 방문했 때 길을 잘못 들어 헤맬 경우 왈칵 짜증이 밀려 왔겠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정겨운 시골길을 휘휘 돌아서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주먹 만한 붉은 감을 눈 높이에서 바라 보고, 문전 옥답에 고개 숙인 벼 나락들도 찬찬히 눈 마추며 지났기 때문이다.
채마밭의 어린 배추와 무도 튼실하게 자라는 광경까지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겨우 차 한 대 지나갈 농촌 마을 안길을 뚜벅뚜벅 걷듯이 한바퀴 돌았다.
이른아침 모처럼의 산행으로 들떠 있던 마음도 평화로운 농촌 들녁이 쓰다듬어 주는 듯 따뜻함을 느꼈다.
길을 잃고 행복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가을이 주는 뜻밖의 선물이려니 생각했다.
다시 차를 돌려 노안면 금안 보건지소 앞에 도착했다.
다음에 또 온다면 금안 보건지소를 목적지로 입력해 도착한 후, 다시 금성산 생태숲을 검색해 찾아 오면 좋겠다.
나주시 노안면 금안리 금성산 생태숲에 들어 섰다.
오늘 우리 일행을 안내해 줄 숲해설가께서 찾아 오는 길이 마을 안길을 통과해 찾기 힘들지 않았나 물었다.
그래서 붙여진 또 다른 이름은 비밀의 숲이라고 한다.
괜히 헤맨게 아니었구나...
이 길이 맞나 의문과 불안이 겹칠 때 쯤 입구를 보여주는 비밀의 숲, 나주 금성산 생태숲에 와락 애정이 솟구쳤다.
오늘의 일정은 약용식물 자산을 공부하는 분들과 약초산행을 할 예정이다.
임도를 따라 걸으며 식물을 관찰하고 약초를 발견하면, 교수님 설명을 듣고 채취하고 약성 및 이용법을 귀담아 듣는다.
나는 열심히 해찰하면서 일행의 뒷꽁무니를 놓칠 세라 따라 다니기에 급급했다.
약초보다는 야생화에 눈길이 자주 갔기 때문이다.
가까운 주변을 훑어 봐야 약초를 발견 할텐데...
자꾸만 흘러가는 구름과,
새 소리와,
멀리 보이는 소나무 숲에 시선이 머물렀다.
초보 약초꾼 티를 좔좔 내면서 겉 돌고 있었지만,
개운하고 깔끔한 집밥을
배불리 먹은 듯 하다.
산이 주는 충만한 기운에 흠뻑 빠져 버렸다.
산 공기가 달디달다는 사삭스런 표현을 해 본다.
4시간의 산행이 참으로
즐겁고 유익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코로나19'로 '생태체험관'이 폐쇄돼 관람할수 없었던 것과 숲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 쯤은 감수하고서라도 배낭을 메고 스틱을 집고 한발한발 옮길 때 마다 지천에 널린 약초를 발견 하는 기쁨이 황홀했다.
광부가 금맥을 발견하는 기쁨에 비교하면 너무 과장일까?
초록 융단처럼 깔려있는 질경이가 밭을 이루고 있다.
질경이는 쌍떡잎 식물로 그 씨앗은 차전자로 불리우며 껍질을 분쇄해서 섭취하면 염증치료에 탁월하다.
논둑이나 들판 길바닥에서 흔히 볼수있는 풀이지만 매우 귀중한 산야초이다.
특히 여성에게 좋으며 콜레스테롤 개선과 배변.이뇨 작용을하고 기침.가래해소와 해열에 효능이 있다.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며 숲을 누볐다.
오늘의 약초산행 주제는 '버섯'이었지만 시기적으로 버섯은 끝물에 해당해 찾기 어려웠고 교수님이 발견한 잔나비불로초와 진흙버섯 구경에 그쳤다.
그밖에 접골목,꼭두서니,산박하,자리공,구절초,독초로 알려진 천남성,두릅,더덕,그리고 단풍마와 청미래덩굴 뿌리 토복령을 캤다.
토복령은 일명 망개나무 뿌리로 불리는데 관절염등에 효능이 있지만 장복하지 않는게 좋다.
독성이 있어 쌀뜨물에 하룻밤 우려서 어슷 썰어 말린 후에 차로 끓여 마신다고 한다.
나주 금성산 생태 숲에서 보낸 하루는 그 어느 산행 보다 마음에 들었다.
약초 공부도 유익했지만, 정상을 향해 정신 없이 헐떡이며 등산하는 걸 싫어하는 입장에서는 해찰 하듯 약초를 관찰하며 설명을 듣는 동안 거친 숨도 편해지고 나무와 숲과 야생화를 관찰하는 시간이 넉넉해서 참 좋았다.
숲길 트레킹을 즐기는 편인 내 취향에 딱이었다.
다음에 일행 없이 한가로이 온다면 전남 3대 명촌으로 꼽히는 신숙주 생가터가 있는 금안동 마을과 우리나라 최초의 산림보호 대동계가 유지 보전돼 내려오는 쌍계사를 둘러 보겠다.
금성산의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을 대동계 '송계'를 통해 선조들의 자연사랑 정신을 담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금성산을 내려 온 후, 나주 곰탕 한 그릇을 마주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듯 하다.
경사가 완만하고 포근한 비밀의 숲, 약초 천국, 금성 생태숲을 가려면 반드시 금안 보건지소에서 출발하길 권한다.
그리고 금성산은 담양에도 있으니 나주 금성산을 꼭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