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시니 생각' (201005)
  • <제주에서 온 편지> 22
  • 스무 하룻날 생애가 넘 짧아

    암 수컷 짝 구애하다 지쳐

    서글피 우는 귀뚜라미 귀뚜르르 찌륵찌륵

    까만 밤 풀 이불 속에서

    아쉬운 풀벌레 소리

    쏟아지는 별빛에 눌러 엉켜

    쓰르르르 쌰르륵 싸르륵



    얼레기 닮은 하현달이 쏟아 붓는 달빛 폭포가

    망아지 궁딩이 곡선 마냥

    매끈한 항아리에 부딪혀

    독안에 익어가는 솔잎 액에 스며드는 소리 쏴르르르

    밤 고양인가 밤 손님인가 주인 인냥 반색하는 건너 마을 이장네 흰둥이 짖는 악악소리 커엉 월월월

    과수원에 방목된 천방지축 마공(馬公)들의 가을 밤 꿈결 속에 질주하는 잠꼬대

    힝히히 힝히히힝 푸르르



    제주 촌구석 농원 가을 밤은

    이리 뒹굴 저리 뒤척

    고독력(孤獨力)을 키우는 초로 귀농人

    휑한 옆구리가 시리고 길고 긴 야한 밤

    덩달아 애닲은 야자수가

    달빛 마시며 내려다 본다



    아~ 인간 간섭만 없으면 이리도 조화스러운걸

    달빛 한 스푼에 책 한 모금이

    그리운 2020 가을 밤이다

    ㅡ201005.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 생각

    (글쓴 이/김학신-순천 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 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시 한림읍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 글쓴날 : [20-10-05 09:27]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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