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칼럼) '싸목싸목 지구별 여행-영산강 승촌보'
  • 인경숙/여행작가
  • 아는 이가 시골로 벌초하러 갔다 왔다는 말을 했을 때도 시큰둥 했다.

    계절의 변화를 소식으로 전해 들으면서도 야외로 나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모든 건 엄중한 코로나 시국이기 때문이다.

    며칠을 집콕하다가 운동화를 신었다.

    가을 들판을 보고 싶어서.

    사람 없는 곳에서 시원한 바람이나 실컷 쐬러 가자는 지인의 전화에 마음이 동했다.

    늦은 오후 영산강으로 달렸다.

    오는 길이던 가는 길이던 서창 들녁에서 바람을 쐬고 영산강 승촌보에 서서 노을을 보자며 빠르게 목적지를 정했다.

    여행이 별건 가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내 시간에 형편 껏 즐기면 되는거지 뭐 콧노래가 나왔다.

    하마터면 못 볼 뻔한 가을을 한꺼번에 다 봤다.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너른 벌판.

    흰구름 수놓은 파란 하늘.

    은빛 날개 일렁이는 갈대 숲.

    길가에 코스모스.

    흔히 나주 승촌보라 부르는 이곳은 광주광역시 남구 승촌동이다.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 처럼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고 탁 트였다.

    불과 집에서 30분 차로 달렸을 뿐인데 말이다.

    가족끼리 소풍 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날쎄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라이더들도 지난다.

    사람들을 피해서 어쩔수 없이 인적이 드문 하천으로 내려갔다.

    강둑에서  바라 봤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강 아래쪽에서 눈 앞에 마주 보이는 식물들은 실로 감탄이 나왔다.

    습지 전지역이 자연스러운 식물원처럼 아름답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탄성이 절로 난다.

    당장에 어플을 들이대 이름을 찾아보고 호들갑을 떨어 본다.

    가까이에 또 멀리 보이는 나무 한그루 까지 눈을 가늘게 뜨고 집중해서 바라 본다.

    멀리 보이는 나무에서부터 눈 앞에 보이는 개망초 사이의 모든 식물들이 생생하게 보인다.

    고개를 젖히고 하늘도 본다.

    현기증 같은 어지럼 속에 맑은 샘물 같은 기운이 가슴 가득 들어와 폐를 부풀린다.

    참 좋다. 가을이다.

    깊은 가을에 다시 와서 갈바람 소리를 듣고 싶다.

    찬 바람 부는 겨울에도 또 와서 언 강물을 바라 봐야겠다.

    승촌보의 매력에 풍덩 빠져든다.



    승촌보는 광주광역시 남구 승촌동과 대촌동을 잇는 물막이 보(洑)로 길이가 568m다.

    이곳 승촌보에서 죽산보까지 24.km가 영산강 8경의 아름다움으로 꼽힌다.

    강변을 따라  드넓은 바다처럼 펼쳐진 습지에 갈대며 이름 모를 꽃이며 아름답기 그지없다. 

    장관이다.

    굽이굽이 자전거 길과 산책로가 이어져 강변을 따라 해찰하며 걷는 재미가 그만이다.

    강변을 걷기에는 오늘처럼 해질녘이 좋다. 

    기러기 떼라도 머리 위로 난다면 주저 앉아서 바라봐도 좋겠다.

    돌아 오는길에 보이는 조형물은 5개의 쌀알을 형상화 한 '생명의 씨앗' 이다.

    4대강 사업의 설치 조형물 중 가장 걸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기름진 나주 평야의 쌀이야 말로 생명을 상징하기에 가장 적합한 요소였기에 작품에  담아낸  것으로 짐작됐다.

    어둠이 내리는 강변을 차창을 내리고 달린다.

    가을 냄새 가득 밴 부드러운 초저녁 강바람이 상쾌하다.

    광주시내에서 30분만 시간을 내면 닿을 수있는 영산강 승촌보.

    고즈넉한 낭만을 즐기기엔 충분했다.

    함께 가 준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어서 더 좋았다.

    여행,

    이름난 곳에 가지 않아도,

    멀리 가지 않아도,

    집 근처 숲 길를 산책해 보자.

    뜻밖에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당장 운동화를 신고 사람 드문 곳으로 가을여행을 떠나 보자.

    가을은 벌써 한창 무르익고 있다.

     

  • 글쓴날 : [20-09-28 09:56]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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