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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시니 생각' (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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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온 편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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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아래 모습에 익숙한 우리는
가끔은 달빛 아래 삼라만상의
또 다른 모습에 놀란다.
농장 가을밤 '무늬빈카'의
홀로 춤사위에 빠지다.
널찍한 하늘 달빛에 반사되는
'소철과 야자수' 잎파리는
왜 저리도 질서 정연할까
육덕진 방덩이 마냥
미끈한 곡선에 반한
독아지 속 발효액은
무슨 이야기를 밤새 소곤대는 지
머얼리 너울거리는 파도를 밟고
불야성 이룬 한치잡이 배 군단
꿈틀 거리는 근육질 어부는
발버둥 치는 한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까만 밤 그윽히 내려다 보는
탐라의 음력 팔월 상현달은
남산의 초고층 빌딩 위에 뜬 달이나
봉화산 중턱에 걸쳐 있는 달이나
똑같은 우리들의 반달이거늘
ㅡ200927 제주 明월里民 학시니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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