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무는 늙으신 엄니
부신 아침 햇살에 거뭇거뭇
바쁜 가을 바람에 거칠거칠
주렁주렁한 열매과에 영양분을 다 빼앗기고 서도
쭈글쭈글 깊이 패인 주름에
환하게 웃는 훈장 보석
가을나무는 우리들 이야기
너무 많아 올망졸망 열매에
무겁다는 불평도 못하고
올 여름 삼세판 태풍에 솔차니 많이 빼앗기고
까막이 삐둘기가 쪼아대도
깨지고 패인 자식
끝까지 매달고 보듬고 이리저리 흔들흔들 대롱대롱 귀여워라
가을나무는 울엄니의 노래
철을 알아챈 늦은 '잘'(매미의 제주어)이 서럽게도 울었고
제주의 거센바람에 가지 찢기고 잎사귀 날라가도
매달린 애기 열매 감싸고
붙잡아 매 젯상에 올릴 먹음스런 놈으로 곱상하게 키워낸 모정(母情)의 세월
"가을나무는 우리가족이다"
ㅡ20924.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 생각
(글쓴 이/김학신-순천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 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시 한림읍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