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칼럼) '싸목싸목 지구별 여행-제주 머체왓 숲길'
  • 인경숙/여행작가
  • 숲을 찾는 발걸음이 많아졌다.

    건강을 위해서 겠지만 자연이 좋아서 숲길에 들어서는 걸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오늘 처럼  얌전히 비가 내리면 우산을 쓰고서 가만 가만 걸어도 좋다.

    비에 젖은 수목에서 나는 숲의 향기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마져 토닥여 주듯 다정하게 들려서 좋다.

    숲길에 들어서면 아무 생각없이 눈 앞의 공간과 사물을 감상하게 된다.

    이토록 몰입하게 되는 것은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이다.

    나무를 천천히 바라 보며 걷는다.

    새소리를 들으며 어느가지에 앉아서 지저귀는 지 짐작 해 본다.

    흐르는 계곡 물이 바위 옆을 휘감고 내려가는 물소리를 듣는다.

    숲의 풍경, 그 공간에 호흡하며 서 있는 시간, 그 자체로 일상에서 받은 피로와 상처가 회복된다.

    현실감 없는 공간에 홀로 만족스러운 느낌의 한사람이 존재하는 의미심장한 기분도 든다.

    그 사람이 바로 나라는 생각에 잠겨 안심되는 느낌이 좋다.

    제주도라는 지역 특성이 감각적으로 다가 오는 숲길을 커피 향을 음미하듯 걸어 본다.

    빨리 걷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려고 숲 밖의 풍경에도 눈길을 준다.

    이제 막 싹이 돋은 메밀의 어린 떡잎이 검은 제주 흙에 예쁘게 줄지어 있다.

    사뭇 귀엽고 발랄한 유치원 아이 같다.

    오늘 내린 이슬비가 생육에 유익하려나... 때 마침 단비가 내려서 다행스럽다.

    대부분은 숲 공간에 마음이 온통 쓰여서 길가의 밭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숲으로 인도하는 길은 마치 예술가들의 영감처럼 숲 여행자에겐 중요한 여정이다.

    바다를 향해 활짝 열린 창문, 채소가 둠뿍 들어간 샌드위치, 쌉싸름한 상추쌈, 갓 구운 빵처럼 금방 행복감에 빠지게 이끌어 주는 입구 같은 곳이다.

    행복으로 들어가는 문과 같다고나 할까.

    숲으로 들어 가는 입구.

    길가의 밭은 그런 느낌이다.

    사람들은 입구 너머의 숲 공간에 매료 되지만 입구를 통과해야 그 너머의 공간에 들어갈수 있음을 종종 망각한다.

    오늘따라 시시콜콜 하는 것은 비가 내리는 탓도 있지만 국내여행은 느긋하게 한가롭게 즐겨야 한다는  개인 취향 때문이다.

    이제 머체왓 숲길에서 숨길수 없는 즐거움을 누려보기로 한다.



    머체왓숲길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숲길로, '머체'는 '돌이 엉기정기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 '왓'은 밭을 일컫는 제주방언이다.

    즉 머체왓은 이 일대가 머체(돌)로 이뤄진 밭(왓)이라는 데서 붙여진 말이다.

    이곳은 드넓은 목장 초원을 중심으로 삼나무·동백나무·편백나무·참꽃나무·황칠나무 등이 서중천 계곡을 따라 원시림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은 크게 목장과 서중천 계곡을 끼고 거닐 수 있는 탐방로인 머체왓숲길(6.7km, 2시간 30분)과 머체왓소롱콧길(6.3km, 2시간 20분)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머체왓숲길은 목장을 테마로 한 숲길로, 느쟁이왓다리·산림욕치유쉼터·머체왓집터·목장길·서중천숲터널·참꽃나무숲길 등 다양한 코스로 이뤄져 있다.

    머체왓소롱콧길은 서중천과 주변의 작은 하천을 중심으로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 여러 잡목들이 우거진 숲길로, 그 일대의 지형이 마치 작은 용(龍)을 닮았다고 해서 유래된 명칭이다.

    특히 두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서중천은 총 12km에 이르는 제주에서 세 번째로 긴 하천으로, 용암수로와 용암바위 등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머체왓숲길은  2018년 산림청이 주최하는 '제1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비가 와서 인적이 드문 머체왓 숲길을 전세 낸 듯 걸었다.

    여행, 뭐랄까...

    '코로나19'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더 그리웠다면 긴 길을 걷는 동안 얼마나 수많은 여행들이 떠오르고 추억됐는지 느꼈다면, 이것이 여행의 맛이라고 정확히 말할 수있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 만났던 많은 사람들에게 어디로 떠날 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듣는다면, "바다와 산과 돌과 맑은 물과 사철이 아름다운 제주도로 가세요"라고 말 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겠다.

    머체왓 숲길에 가보세요.

    당신은 숲에 새와 같이 기쁠거에요.

  • 글쓴날 : [20-09-21 09:46]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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