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시니 생각'(20918)
  • <제주에서 온 편지> 18
  • 중추절 한가위 재너머 손짓 우리누이 젖가슴 마냥 봉긋한 오름 돌아돌아

    하잣중잣 잣성 넘고 넘어

    여름 내내 무성하게 자라 폭우와 태풍, 홍수에 맞서

    고이고이 조상 묘소 지켜 준 고마운 키 큰 잡초야

    막걸리 한잔 안주 고수레 후

    장팔사모를 휘두르듯

    청룡연월도를 다루듯이 웽웽 거리는 예초기 소리에 단정해 진 묘 봉우리는 매끈 가을뙤볕 내리쬐다 미끄덩

    한동안 못 보았던 괸당얼굴

    느는 주름 쓰다듬고 음복하고 금새 송글송글 땀방울을 벌초 기념수건 닦아주며 안부 묻던 탐라 미풍양속 '모둠벌초'

    그 옛날 울창한 들판에서

    조상묘 길 잃을까 봐 양쪽에

    심어놨던 장성한 목백일홍

    세번째 꽃이 어느 새 활짝 땀흘리는 후손 맞아

    갈바람 불러 솔솔

    30년 전 제주도 첫 입도 때 생전 뭔소린 지 '벌초방학' 

    이제 생각하니 제주섬의 남아있는 풍속 중에 으뜸 

    ㅡ20918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생각

    (글쓴 이/김학신-순천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 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시 한림읍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 글쓴날 : [20-09-18 10:58]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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