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절 한가위 재너머 손짓 우리누이 젖가슴 마냥 봉긋한 오름 돌아돌아
하잣중잣 잣성 넘고 넘어
여름 내내 무성하게 자라 폭우와 태풍, 홍수에 맞서
고이고이 조상 묘소 지켜 준 고마운 키 큰 잡초야
막걸리 한잔 안주 고수레 후
장팔사모를 휘두르듯
청룡연월도를 다루듯이 웽웽 거리는 예초기 소리에 단정해 진 묘 봉우리는 매끈 가을뙤볕 내리쬐다 미끄덩
한동안 못 보았던 괸당얼굴
느는 주름 쓰다듬고 음복하고 금새 송글송글 땀방울을 벌초 기념수건 닦아주며 안부 묻던 탐라 미풍양속 '모둠벌초'
그 옛날 울창한 들판에서
조상묘 길 잃을까 봐 양쪽에
심어놨던 장성한 목백일홍
세번째 꽃이 어느 새 활짝 땀흘리는 후손 맞아
갈바람 불러 솔솔
30년 전 제주도 첫 입도 때 생전 뭔소린 지 '벌초방학'
이제 생각하니 제주섬의 남아있는 풍속 중에 으뜸
ㅡ20918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생각
(글쓴 이/김학신-순천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 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시 한림읍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