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짐'
농원 경계 돌담이 무너졌다.
이웃과 담 쌓지 말고 왕래를 자주 하라는 태풍 '마이삭' 무언의 가르침.
"돌담 대신에 왕래 사립문을 만들면 되지롱"
무너진 돌담을 힘들게 다시 쌓기 싫어하는
게으른 농부 학시니 잔머리.
'부러짐'
태풍 '바비'에 견디지 못해 부러진 나무를 솎아내고
아까워서 잘라 내지 못한 녀석을 덕분에 나무들 간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잘려진 나무는 흔들거리는 동료나무 지지대로 "죽은나무 산나무를 구하다"
'나뒹굼'
곳에 어울리지 않아서 그동안 무거워 옮기지도
못하고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던 물건이었는데
태풍 '하이선' 덕분에
뒹굴어 위치를 바꿨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강한 돌담아 약한 나무야
그래도 덕분에 고맙다.
사립문아 지지대야
태양농장 농장지기는
엎어진 김에 쉬어가고
깨지면 때우고 달리 쓴다
ㅡ20911.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 생각
(글쓴 이/김학신-순천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시 한림읍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