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 중 백로다.
가을은 입추,처서,백로,
추분,한로,상강의 6개 절기를 말한다.
그러니 가을인 셈이다.
세상은 '코로나19'와 태풍으로 어지럽지만, 새로운 계절은 어느 새 우리 곁에 와 있다.
호랑가시나무 언덕,
호랑가시나무 만큼이나 많은 멀구슬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에도 서늘한 기운이 실려서 가을을 재촉한다.
이곳은 광주광역시 동구 양림동의 야트막한 언덕이다.
호랑가시나무가 군락을 이루고있다.
호랑이가 뾰족한 나뭇 잎에 등을 긁어서 이름 붙여진 호랑가시나무 언덕이다.
뾰족뾰족한 초록잎 사이로 촘촘히 박힌 작은 열매들은 단단하지만 아직 초록색이다.
저 열매들이 붉어지면 또 다른 계절 겨울이 올 것이다.
뾰족하고 두터운 초록잎과 붉은 열매들 위로 흰눈이 소복히 쌓이는 상상을 해본다.
생각 만으로도 겨울의 한기가 느껴진다.
이곳은 100여년 전 이 땅에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선교사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지금까지도 그 때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서양의 선교사들과 조선의 민초들은 이 언덕에서 오늘 날과 같은 한국의 광주를 그려 봤을까...
굴곡진 역사와 풍파를 이겨내고 지금까지 언덕을 지켜내며 묵묵히 서 있는 호랑가시나무, 멀구슬나무,흑호두나무를 쓰다듬 듯 바라본다.
언덕 아래 평화로운 양림동으로 시선을 던져 보며 선교사 무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선교사의 묘지는 우일선 선교사의 사택 뒷편에 있다.
서양 선교사들의 헌신을 감사하며 조용히 기도를 올린다.
100년 전 서양 선교사들은 이곳에서 병자들 특히 전염병과 한센병 환자들을 돌봤다고 전해진다.
낯선 조선 땅에서 가난하고 병든 자를 보살피며 자신들의 신앙을 실천하고 전했던 그들의 삶을 생각하며 머리를 숙였다.
배유지.우일선 선교사를 비롯한 많은 선교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무덤에서 사랑과 헌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일명 선교사의 마을로 불렸던 이곳에서는 치유와 교육이 병행됐고 지금의 수피아 여자중고등학교가 있다.
선교사의 묘원을 내려와 우일선 선교사의 사택 앞이다.
우일선 선교사의 사택은 광주에서 현존하는 양식 주택으로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2층 벽돌 건물인데 보존이 잘 돼 있다.
이 건물은 미국인 선교사 우일선( 미국이름 wilson )이 1920년대에 지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연대는 알수 없다.
고색창연한 사택, 아름다운 숲에 둘러쌓여 있는 사택 위로 고요함이 가득하다.
흐렸던 날씨가 반짝 햇빛이 난다.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물설고 낯설은 이 땅에서 고귀한 삶을 실천한 선교사들의 헌신을 생각하며 다시 걷는다
호랑가시나무 게스트하우스에서 발길을 멈춘다.
붉은 벽돌집과 담쟁이 넝쿨 그리고 빨간 출입문이 인상적이다.
뉴수마 선교사 사택으로 건축된 100여년 전 건물이다.
근대화 시기에 건축된 외관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에서 머물면서 양림동의 근대역사문화마을을 둘러 볼 것을 추천한다.
요즘 지자체에서 중점적으로 여행 컨텐츠를 발굴하고 있다.
그 중에 인기 있는 것은 근대와 역사적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는 일제강점기라는 아픔과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나라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터전을 지키기 위해 굳건히 버텨낸 역사의 현장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역사를 기리기 위해서 이번 여행은 근대와 기독교 선교사들의 삶에 주목해 보았다.
'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하는 기독교 세력들은 반드시 호랑가시나무 언덕에 와 보길 바란다.
낯선 서양 선교사들이 이 땅에 기독교를 뿌리 내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과 헌신을 했는 지 가슴으로 느껴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천천히 호랑가시나무 언덕을 내려 오면서 백번도 더 되뇌어 본다.
이기적이고 정치적인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