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시니 생각'(20901)
  • <제주에서 온 편지> 13
  • 구월의 첫날엔

    구월의 노래가 선들바람에  살랑살랑 묻어 들려오고

    구월의 시(詩)는 아침 커피향에
    배어서 콧등을 간지럽히고

    9호 태풍 '마이삭'을 걱정하며
    서럽도록 푸르딩딩한 창공(蒼空)은 왜곡 변색된 짠한 태극기를 내려다 보고
    구월의 기도로 갈구하며
    탐라 섬뫼드르 품어 안는다

    흐드러져 흐벅진 꽃생강의 순백색 꽃은 구순 당신들의
    꿈 많던 소녀 때를 떠 올리고
    인생의 굴곡진 구부 능선을
    힘겹게 넘고 있는데

    구월의 첫날 오늘은
    당신들이 삼백날 배 아파서 낳은 똘아들 그들을 똑 같이 배 아프게 한 손지들의 안부 전화와 재롱 땜에
    주름 진 얼굴에 분꽃 화색이 은은하게 번진다

    아흔 한번이나 맞이하는 구월달 첫날은 '당신들'이다

    ㅡ20901.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 생각



    (글쓴 이/김학신-순천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 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시 한림읍에서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 글쓴날 : [20-09-01 12:10]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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