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기록적인 폭우로 가혹하리 만큼 참혹했던 2020년 여름도 그 기세가 한 풀 꺾인 듯 하다.
새벽에는 제법 선선하다.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도 지났다.
이제 풀벌레 소리도 제법 들어줄 만하다.
1월 말 겨울부터 봄.여름.가을을 '코로나19'에 빼앗기고 집에 머무는 날이 많아졌다.
사람들 시름도 쌓여만 가고 도대체 언제 이 상황이 종식될 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어제부터 사회적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이로써 그동안 타들어 갔던 마음은 쑥대밭이 됐다.
그래도 상한 마음 다스려 보려고 가까운 담양의 명옥헌 원림을 향해 나섰다.
사람 없는 명옥헌 원림에는 배롱나무 붉은꽃이 찬란하다.
어디를 가든지 가는 목적지에 볼 일이 있다면 뭔가 의미가 깊어지기 마련이다.
명옥헌 원림에서 약속이 있으니 그 마음이 더욱 실감 난다.
오늘 만나기로 한 가현정 작가는 국가명승 제58호인 명옥헌 원림을 조성한 명곡 오희도(1583~1623) 선생의 16대 손부로서 명옥헌 원림 인근에서 후산농원을 경영하는 농부이자 작가다.
그녀는 '가현정 농부작가의 글꽃 밭 명옥헌 원림'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한다.
명옥헌 원림과 농원을 연계해 인문학 강의를 열어 농사체험과 배움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밝은 얼굴로 맞아준 그녀는 서울에서 담양으로 귀농해 사람 중심의 인문학적 귀농귀촌 생활을 연구하는 비영리법인 귀농인 문학아카데미의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 폭우에 피해는 없는 지 묻자, 수해를 입었지만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면서 웃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단감 농원 앞길도 무너져서 복구한 상태여서 말을 안해도 짐작이 갔다.
다행히 명옥헌 원림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명옥헌 원림은 조선 중기 오희도(吳希道)가 자연을 벗삼아 살던 곳으로 그의 아들 오이정(吳以井)이 명옥헌을 짓고 건물 앞뒤에 네모난 연못과 주위에 배롱나무를 심어 아름답게 가꾼 정원이다.
소쇄원과 같은 아름다운 민간 정원으로 꼽힌다.
연못 주위에는 배롱나무가 있으며 뒷편에는 소나무 군락이 있다.
우리나라의 옛 연못이 모두 네모 형태를 한 것은 세상이 네모지다고 여긴 선조들의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계곡의 물을 받아 연못을 꾸미고 주변을 조성한 것도 자연을 거스리지 않으려는 조상들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다.
'명옥헌'이라는 이름도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구슬이 부딪쳐 나는 소리와 같다고 해 붙여졌다.
자연을 중요시 하며 벗 삼았던 운치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400년이 넘은 배롱나무가 연못 둘레에 붉게 꽃을 피우고 있어 아름답기 그지 없다.
지금 한창 꽃이 피어 있는데 배롱꽃은 100일 간 꽃이 피고 진다해 일명 백일홍으로도 불리운다.
배롱꽃은 가까이 보면 작은 나비 떼인 듯...얇은 종이 꽃인 듯...꼬불꼬불 레이스 자락인 듯 나폴나폴 눈 앞에서 춤을 춘다.
그동안 폭염과 장대비를
견디며 화사하게 피어난 자태가 장하고 대견해서 예쁘다, 어여쁘다, 눈 맞추고 마음으로 어루만졌다.
다음 주부터는 태풍 바비가 몰아 칠텐데 걱정이 앞선다.
시달릴 꽃송이가 우리 모습 같아서 안쓰럽다.
세월은 흐르건 만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됐다.
미착용 시 과태료도 내야 한다.
축쳐진 어깨 다시 한번 추스리며
하늘을 바라 본다.
하늘이 높아지고 굵은 단감에 단 맛이 고여들면, 날씨 따라서 우리의 속도 시원해 지길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