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뙤약볕을 피해서
그늘을 찾아갈 수도
꼼짝 움직일 수도 없는
키 큰 워싱톤야자수
얼매나 목말랐을꼬
그래도 타는 갈증을 참고
'명월이와 태양이'에게
양손 벌려 그늘을 만들어 준
고마운 카나리아야자수
범부채의 가녀린 흔들림과
넓다란 토란잎을 움직여
작은 보답이라도 하려는 양
나비날개짓 바람이라도 일으키려는 그들의 안간힘
강풍의 시원함보다는
야자수 양팔꺽임이
오히려 더 걱정되고
태풍에 뿌리뽑힐까 봐
조심조심 조바심
올 가을 태풍철엔
가만가만 날개짓 하기만 기다려진다
제주삼다수 풍요로
목마름도 모른 채
물귀함을 잊은 채
그야말로 물쓰듯이
물을 쓰는 미안함에
씻으면 씻을수록 얼굴이
더 화끈거린다
ㅡ20820. 明月里民
학시니생각
(글쓴 이/김학신-순천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 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시 한림읍에서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