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시니 생각' (20820)
  • <제주에서 온 편지> 9
  • 무더위 뙤약볕을 피해서
    그늘을 찾아갈 수도
    꼼짝 움직일 수도 없는
    키 큰 워싱톤야자수
    얼매나 목말랐을꼬

    그래도 타는 갈증을 참고
    '명월이와 태양이'에게
    양손 벌려 그늘을 만들어 준
    고마운 카나리아야자수

    범부채의 가녀린 흔들림과
    넓다란 토란잎을 움직여
    작은 보답이라도 하려는 양
    나비날개짓 바람이라도 일으키려는 그들의 안간힘

    강풍의 시원함보다는
    야자수 양팔꺽임이
    오히려 더 걱정되고
    태풍에 뿌리뽑힐까 봐
    조심조심 조바심
    올 가을 태풍철엔
    가만가만 날개짓 하기만 기다려진다

    제주삼다수 풍요로
    목마름도 모른 채 
    물귀함을 잊은 채
    그야말로 물쓰듯이
    물을 쓰는 미안함에
    씻으면 씻을수록 얼굴이
    더 화끈거린다

    ㅡ20820. 明月里民
    학시니생각

    (글쓴 이/김학신-순천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 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시 한림읍에서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 글쓴날 : [20-08-20 10:33]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 다른기사보기 데일리호남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