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투고) '비자림로 유감'
  • "주민과 자연이 상생하는 타협의 계기가 되길"
  • '비자림로 유감(有感)'
    /서귀포시 성산읍 오 병 관(제주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장)
      
    비자림로는 성산, 우도, 송당 주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주 통행로다. 일출봉, 우도, 비자림을 찾는 관광버스와 렌터카, 온갖 공사차량, 물류수송 차량과 트렉터까지 뒤엉켜서 경사가 심한 편도 1차선 도로를 과속으로 질주한다.
    이 혼잡하고 비좁은 도로를 위험을 무릅쓰고 통행하는 주민들에게 도로확장은 오랜 숙원이다.

    나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의 비자림로 관련한 토론회에 주민으로 두 차례 참석한 바 있지만, 반대 측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트집 잡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삼나무에는 새가 둥지를 틀지 않는데도 새들의 서식을 해친다거나 이동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인근에는 새미오름, 칡오름, 민오름으로 이어지는 삼나무 숲이 충분하게 조성돼 있어 새들의 서식에 필요한 환경은 충분하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주민의 안전과 편의는 무시한 채, 환경단체에만 휘둘리고 있다. 토론회에서 주민들의 의견은 무시하고 반대측 의견에만 집중하는 듯한 느낌이었고 민원과 관련한 현안은 안중에 없는 듯 했다.
     
    비자림로는 숲이 아니다. 숲을 잘라서 새로 도로를 내는 것도 아니고 주민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서 이미 나 있는 도로를 조금 더 넓히는 정도다.

    삼나무는 외래종으로 산림녹화를 위해서 주민들이 심었으나 백해무익한 유해수종이다. 속성수여서 빨리 자라면서 다른 식생의 생육을 파괴할 뿐 아니라,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아토피와 비염을 유발한다. 어떠한 용도에도 쓰임새가 없어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다.  

    빽빽하고 크게 자라는 삼나무 그늘은 겨울철 도로를 얼게 하고 언 도로는 잘 녹지 않아 미끄럼 사고가 잦다.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과 능선, 확 트인 초원의 전망도 가려버린다. 지금 일부가 잘려나간 구간에서 보면 시야가 뚫려서 오름과 능선, 초원의 아름다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아름답다.

    공영방송의 왜곡되고 일방적 편향보도가 더 문제다. 반대 주장만을 집중 보도한다.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다고 축소 보도를 하는가 하면 보기 싫고 유해수종인 삼나무를 베어내는 것을 아름다운 도로가 사라진다며 유난을 떤다. 도로 확장의 필요성이나 주민 불편과 위험에 대한 보도는 없다.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할 공영방송이 공익에 배치되는 편파방송의 위세에 주민들만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면서 살아간다.

    어느 지인의 말이다. "방송에서 비자림로가 하도 요란스러워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 도로인가 하는 호기심에 찾았더니 백해무익한 숙대낭(삼나무)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제주도는 도로 확장에 대한 의지가 약하고 무기력하다. 지난 2018년 착공된 공사는 환경단체의 반발에 발목이 잡혀 중단을 반복하며 세 번이나 중단해야 했다.

    첫 번째는 시작하자 마자 환경단체의 반대에 지레 겁을 먹고 곧바로 중단해 버렸다. 제주도는 그간 일부 구간은 중앙분리대를 유지하고 고유수종으로 교체한다거나 도로 폭을 축소하는 등 수정계획으로 물러서면서 반대 측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지만 허사였다. 세 번째 중단되는 과정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확실하게 계획하고 준비하는 의지가 아쉽다.  

    교통부 도로업무 편람에 의하면 2차로의 1일 통행량이 7천300대를 초과하면 4차로로 확장한다고 한다. 비자림로는 2018년 교통량 조사에서 이미 1만440대를 초과했고 서비스수준 별 교통류 상태는 E,F급(최하위)이다. 제주도의 차량 증가율이 전국 최고 수준임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태이다.

    지금 비자림로는 삼나무 자르기를 하다 말다 하는 동안 나무는 거의 잘릴 만큼 잘려나갔고 도로는 어지럽혀 있고 상태는 엉망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은 중요하고 당연하지만 이참에 백해무익한 삼나무를 토종수종으로 바꿔 100년을 내다보는 아름다운 도로를 가꿔서 주민과 자연이 상생하는 타협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천성산 KTX 터널공사 때, 천성산 늪지가 사라진다고 격렬하게 반대했으나 공사 끝나고 KTX가 질주하지만 천성산 늪지는 아무 이상이 없다. 그러나 공사 지연으로 인한 엄청난 손실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천성산 터널공사처럼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로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고 무책임하게 돌아서는 사례는 적지 않다. '아니면 말고 식'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참다운 환경운동이라고 생각한다.

  • 글쓴날 : [20-08-18 09:48]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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