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시니 생각'(20817)
  • <제주에서 온 편지> 8
  • 친구에게
    너무너무 더운 날이구먼 

    시원한 폭포소리 처럼 쏴르르르 들리던 매미소리 조차도
    무더위 맞은 비명처럼
    요란하게 울부짖음으로 들리는 무더운 날

    추욱 처진 야자수의 양팔
    이글거리는 태양을 향한 거부의 몸짓은
    뙤약볕 가림막처럼
    가녀리게 보이고

    새벽녁에 활짝 웃던 허벅진 부용화는 소금물에 절여진
    배춧닢 마냥 쭉 처진 어깨가
    안쓰러운 태양농장 한여름 날 오후

    밤새도록 밤손님을 지키던
    우리 태양이와 명월이는 매미울움 자장가 삼아
    북실하고 긴 꼬리
    파리채 마냥 선잠 꾸고

    매일 아침 피고 밤에 지는 호랑나비 범부채는 엊그제
    그리도 지겨워 하던 장맛비 그리워 고개를 푹 숙이네

    친구야~~
    올 초 음력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무심코 팔았던 "내더위 사라"고 했던 말  진짜로 미안하이
    사과하는 마음을 잘 익은 수박 한덩이 쩌억 잘라서
    그 속에 꼼쳐 넣어 보내니
    부디 용서하시게

    이 더위와 코로나 잘 넘기고
    선선한 가을 쯤 다시 만나세

     ㅡ20817.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 생각

    (글쓴 이/김학신-순천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시 한림읍에서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 글쓴날 : [20-08-17 17:59]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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