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너무너무 더운 날이구먼
시원한 폭포소리 처럼 쏴르르르 들리던 매미소리 조차도
무더위 맞은 비명처럼
요란하게 울부짖음으로 들리는 무더운 날
추욱 처진 야자수의 양팔
이글거리는 태양을 향한 거부의 몸짓은
뙤약볕 가림막처럼
가녀리게 보이고
새벽녁에 활짝 웃던 허벅진 부용화는 소금물에 절여진
배춧닢 마냥 쭉 처진 어깨가
안쓰러운 태양농장 한여름 날 오후
밤새도록 밤손님을 지키던
우리 태양이와 명월이는 매미울움 자장가 삼아
북실하고 긴 꼬리
파리채 마냥 선잠 꾸고
매일 아침 피고 밤에 지는 호랑나비 범부채는 엊그제
그리도 지겨워 하던 장맛비 그리워 고개를 푹 숙이네
친구야~~
올 초 음력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무심코 팔았던 "내더위 사라"고 했던 말 진짜로 미안하이
사과하는 마음을 잘 익은 수박 한덩이 쩌억 잘라서
그 속에 꼼쳐 넣어 보내니
부디 용서하시게
이 더위와 코로나 잘 넘기고
선선한 가을 쯤 다시 만나세
ㅡ20817.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 생각
(글쓴 이/김학신-순천출신으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했다. 한국마사회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렛츠런재단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제주시 한림읍에서 태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