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만큼 우리에게 많은 시심(詩心)을 뿌린 글자가 또 있을까
새벽마다 이슬비(露雨)를 먹고도 선웃음 짓는
저 호박꽃은 구름인 지
안개인 지 흠뻑 마셔도 여전한 타는 목마름
가랑비(細雨)에 옷 젖는 줄도 모르고 밤새 그 비를 가랑가랑 맞은 토란잎 옥구슬처럼 반짝반짝
만든 동그란 물방울
<가라고 가랑비 내린다>는
주인장의 달갑잖은 심술에
<있으라고 이슬비 온다>는
재치있는 손님 詩的인 응수
소리없이 내리는 보슬비도
반갑고 호랭이 장가 간다는 여우비도 밉지 않고 심술 난 바람에 안타까운 꽃비도 있건만
지긋지긋한 장맛비는
그칠 줄도 모르고
불청객 태풍 '장미'까지 불러오니 원 참~
이왕지사 부른 '장미'
가시라도 무딘 놈이였으면
빨리 가라고 가랑비나
조용히 내렸으면
ㅡ20810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