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시니 생각'(20810)
  • <제주에서 온 편지> 5
  • 비 만큼 우리에게 많은 시심(詩心)을 뿌린 글자가 또 있을까

    새벽마다 이슬비(露雨)를 먹고도 선웃음 짓는
    저 호박꽃은 구름인 지
    안개인 지 흠뻑 마셔도 여전한 타는 목마름 

    가랑비(細雨)에 옷 젖는 줄도 모르고 밤새 그 비를 가랑가랑 맞은 토란잎 옥구슬처럼 반짝반짝
    만든 동그란 물방울

    <가라고 가랑비 내린다>는
    주인장의 달갑잖은 심술에

    <있으라고 이슬비 온다>는
    재치있는 손님 詩的인 응수

    소리없이 내리는 보슬비도
    반갑고 호랭이 장가 간다는 여우비도 밉지 않고 심술 난 바람에 안타까운 꽃비도 있건만

    지긋지긋한 장맛비는
    그칠 줄도 모르고
    불청객 태풍 '장미'까지 불러오니 원 참~

    이왕지사 부른 '장미'
    가시라도 무딘 놈이였으면
    빨리 가라고 가랑비나
    조용히 내렸으면

    ㅡ20810 제주 明月里民 학시니생각

  • 글쓴날 : [20-08-10 09:50]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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