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고목(枯木)을 죽은 낭이라 했는가?
끊임없이 숨쉬고
생명을 품어안아
꿈틀거리는 고목
몇년전 태풍 '차바'가
제주를 덮쳤을 때
속절없이 넘어갔던
아름드리 후박나무
차마 잘라내 버리지 못해 '태풍 차바의 교훈'이라고 이름 지었던 나무끌텅
철마다 이름모를 버섯이 피더니 올해도 어김없이
하얗고 묘한 녀석이
세상소식이 궁금한 듯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50년 넘게 태양농장을 지켜오던 워싱토니아
거목(巨木)엔 담쟁이가
멋드러진 자연수(繡)를 놓고
카나리안 야자수의 거친 살갗에 끼워 놓은 다육외잎
어느덧 무성하게 뒤덮여 다육일가 올망쫄망 삶터
너그러운 공생(共生)의 아름다운 자연
집없는 세입자의 편안한
쉼터를 배려하는
따뜻한 미소를 가진
건물주가 그립다
ㅡ20729. 학시니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