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원사 템플스테이-내 마음으로 가는 길'
  • 인경숙/여행작가
  • 어느 때 인가부터 빗소리 바람소리 듣는 걸 좋아하게 됐다.

    넓은 들판에 서서 헐렁한 옷을 입고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가늘게 눈을 뜨고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무심히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혔었는데...

    해드셋이 뒤로 떨어지면서

    그 때  쏴아 하고 바람소리가 들려 왔다.

    가슴이 시원해졌다.

    헐렁한 옷조차 펄렁거리면서 홀가분해졌다.

    아마도 그 때부터 소리에,

    귀에 들리는 모든 것에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시냇물소리, 빗소리, 바람 소리, 찻물 따르는 소리 등등...




    보성 대원사로 가는길.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에 들었다고 한다.

    봄에는 벚꽃길로 유명하다.

    초여름, 주암호를 끼고 건너 편 산을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차창을 열고  운전하면서 스치는 바람과 새소리를 듣는 것도 기분이 좋다.




    보성 대원사 템플스테이 첫째 날.

    누구라도 산사의 산문에 들어서면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정보의 홍수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무사히 탈출했다는 안정감을 느낄수 있다.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검색하며 보냈다는 생각도 든다.

    슬며시 오늘은 나의 내면을 검색해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분노했던 일.

    서운했던 마음.

    으쓱했던 기분을 덜어낸다.

    고요히 생각할수록

    명확해지는 의미를 곱씹어 보라.

    의미없는 무게의 압박에서

    해방되는 가벼움을 느낄수 있다.

    참 별 것 아닌데 ...

    그동안 이걸 몰랐군 깨닫게 된다.

    사소한 일로 언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알아차리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은 너무 짧은 여정이기 때문이다.

    대원사의 여름밤이 시원하게 깊어간다.

    내 마음 속 깊은 우물에도 맑은 샘이 가득 차 오른다.시원해 진다.



    보성 대원사 템플스테이

    둘째 날.

    아침 고요 보성 대원사.

    어제 오후에  대원사 벚꽃길을 달려서 사찰문에 들어섰는데,

    웬지 티벳 로드를 걸어 들어 온 기분에 휩싸였다.

    날이 밝았지만  신령스러운 카락뻰빠 뮤지션의 둥까르 연주와 체링스님의 새벽 별빛 같은 걀링연주 소리가 생생하다.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소리 같기도 한 신묘한 악기 소리가 스스로 눈을 감게 했다.

    설산 속 티벳인들의 강인한 정신과 순후한 마음이 진하게 다가왔다.

    티벳 언어를 배워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깊은 바다가 융기된 동토의 티벳  땅 속엔 무진장 보물이 묻혀 있다던데...

    티벳의 지하자원을 탐내는 중국보다 오체투지 순례자들의 온유한 표정이 더 성숙해 보인다.

    티벳 불교가 주는 평화인 가 짐작해 본다.

    야생차 밭을 지나 천봉산 둘레을 걸었다. 시원한 숲속에서 어제 저녁에 맨발로 탑돌이 하던 생각이 불쑥 들었다.


    숲을 제대로 맛보려면 맨발로 걸어야할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맨발이 흙에 닿는 느낌 참 좋았다.

    스님께서 인간은 신을 신으면서부터 신으로부터 멀어졌다는 유머 비슷한 진담을 하셨다.

    모두 웃었지만 농담으로만 삼기에는 심오했다.

    숲 산책을 마치고 점심공양.


    죽순김치 토마토샐러드.두부스테이크.된장국.찐감자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돈다.

    보성 대원사 템플스테이의 특징은 한국 속의 작은 티벳이다.

    리틀티벳의 매력적인 체험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저승은 처음이지? 죽음체험을 강추한다.

    나를 내 모습을 새롭게 인식하는 경험이었다.

    결국 보성 대원사 템플스테이는 내 안의 나와 새롭게 만나는 귀한 시간이다.

    보성 대원사라는 공간 보다 그안에 머무는 시간에 큰 비용을 지출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비용조차 착하다.

    코로나 속 올 여름휴가는 조용히 느리게  사찰에서 보내 보길 권한다.

  • 글쓴날 : [20-07-27 11:35]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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