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게 내리던 비가 세차게 내린다.
비를 맞으며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어린시절 빗속에 마당을 뛰어다니며 물 웅덩이를 참방거리다가 엄청 혼났던 기억도 떠오른다.
신안 섬티아고 순례길 마지막 코스를 비와 함께 해서 더욱 좋다.
아마도 땡볕이라면 지쳤을 것을 비 내리는 바다와 숲을 바라보며 그야말로 낭만적으로 걷는다.
마태오의 집을 지나 소악도에 도착했다.
노두길을 걸으며 배에서 내려준 생선을 손길하는 마을 분을 만났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우리에게 맛있는 점심을 차려주셨던 분이다.
게스트하우스는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여행자에게나 섬주민들에게나 좋은 일이다.
섬주민들의 따뜻한 공동체 정신이 여행자에게도 감동으로 다가 왔다.
여행지의 인심도 훈훈하게 느낄수 있었다.
바닷물이 빠진 노두길을 걸으며 찰랑대는 바닷물에 발을 적셔 본다
섬에 와서 바닷물에 손도 안대보고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다에 대한, 섬에 대한 예의는 정작 그게 아니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조용히 왔다가 흔적없이 떠나며 한없이 바다를, 섬을 사랑하다 그 마음을 한껏 안고 돌아가는게 예의가 아닐까 한다.
바다에 예의를 지키며 섬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걷는 것, 이거야말로 신안 섬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행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소악도.
작은 섬이다.
작은 섬에 작은 야고보의 집이 있다.
바다를 향해 서있는 작은 야고보의 집은 신안 섬티아고 순례길의 아홉번째 집이다.
쟝미셀 파코의 작품이다.
프랑스 국적의 작가로 스페인에 거주한다.
그래서인지 유럽 전통가옥의 건축 양식을 예술적인 방법과 연결하여 설치했다.
안에서 바라 본 물고기 모양의 창은 스테인드 글라스인데 푸르스름한 색을 띠고 있다.
마치 바다를 향해서 부드럽게 헤엄쳐 나가려는 듯 보인다.
일행들과 말 없이 앉아서 바다를 마음으로 바라봤다.
어디로 흘러갈까 ...나는 어디로 흘러 가는 걸까... 흐르는 세상에서 유영하는 한마리 물고기 같은 존재가 바로 나라는 인식을 바다는 말해줬다.
지금까지 걸어 오면서 만난 예배당 중에 가장 내 맘에 드는 집이다.
작은 야고보의 집은 일명 소원의 집이다.
내 소원은 남은 여생 가늘고 길게 살면서 여행을 하는거다.
그 소원을 빌었다.
길게 살고 싶은 이유는 손자손녀를 오래 보고싶은 할머니의 마음 때문이다.
작은 야고보의 집은 소악도 뚝방길 끝에 있다.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형태도 마음에 들고 뚝방 끝에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도 내 취향이다.
고목재를 사용한 것도 좋고 서양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동양적인 곡선으로 표현한 것도 최고다.
제주도 귤농장 애월언덕에 농막으로 짓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소악도 노두길 삼거리 유다의 집이다.
일명 칭찬의 집.
우리는 거꾸로 가롯유다의 집과 시몬의집을 갔다가 나오는 길에 둘러보기로 한다.
비가 내리는 탓도 있지만, 이곳에서 배를 타고 압해도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보는게 좋겠다는 관점에서 모두 동의했다.
딴섬 가롯유다의 집을 향해 걷는다.
모래 해변을 건너가는 딴섬 언덕 위에 있다.
마치 몽쉘미셀의 성당을 연상케 한다
붉은 벽돌과 종탑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 손민아 작가의 작품이다.
12사도 중 가장 가련한 가롯유다.
가롯유다의 집은 일명 지혜의 집이다.
가롯유다가 지혜로웠더라면 은화 30전에 예수를 팔아 넘기지는 않았을텐데...
최후에는 후회하고 돈을 돌려주고 목을 매었던 그의 생애.
마치 연약한 우리의 모습이 아닐런지...
가롯유다의 집 앞 바다에는 김 양식 지줏대가
넓게 설치돼 있다.
내리는 장대비가 바다에 꽃히면서 지줏대와 묘하게 어울린다.
마치 설치미술 같은 모습이다.
나와 같은 생각인 지 일행들도 사진을 많이 찍는다.
되돌아 나오는 모래해변에서 구멍뚫린 소라껍데기를 주웠다.
사무실 책상에 두고 싶다.
진섬 솔숲 해변을 걸어서 시몬의 집에 도착했다.
문이 없다.
앞문도 뒷문 조차 없이 탁 트인 바다를 만나는 구조이다.
일명 사랑의집이다.
두터운 흰벽이 경사면을 이루고 있다.
커다란 조가비 문양도 아름답다.
이곳에 오면 사랑을 약속하게 될까?
사랑의 집이니까 말이다.
사랑에 진전이 없는 커플은 신안 섬티아고 순례길을 걸어 보라.
그리고 이곳 시몬의 집에 다다르면 저절로 두손을 마주 잡고 사랑을 약속하게 될 것이다.
만약에 그런 커플이 있다면 시몬의 집을 두사람만의 언약의 집이라 명명해도 좋겠다.
시몬의 집에서 사랑의 감성으로 마음을 빼앗긴 채 내리는 비를 흠뻑 맞았다.
이번 신안 섬티아고 마지막 목적지 유다 타테오의집
일명 칭찬의 집이다.
소악도 선착장 근처에 있다.
뾰족지붕에 작은 창문이 군데군데 있다.
칭찬의 집에 왔으니 칭찬을 하겠다.
오늘의 일정을 훌륭히 해설해 준 돈삼아님,
최고의 문화해설자로 인정 칭찬한다.
우리나라에도 작위가 있다면 임명권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품위와 내용의 전문성과 자연스러운 해설에 푹빠져 버렸다.
그의 해박한 설명과 물 때를 따라 안내해준 일정은 탁월했다.
만약에 우리끼리 왔더라면, 작자의 의견을 말하다가 우왕좌왕 할 뻔했다.
신안 순례자의 섬.
신안 12사도 순례의 길.
신안 섬티아고 순례길.
신안 기점.소악도 여행.
그 어떤 말로 표현한다 해도 부족함이 없는 섬여행이다.
코로나19로 멈춰 버린 지구.
사람들은 여행을 꿈꾼다.
비행기 타고 나가는 미지의 세계, 해외여행도 좋지만 한국여행 국내여행으로 관심을 돌려보면 좋겠다.
신안의 작은 섬에서 건축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걷는 여행은 매력적이다.
잠시 도시를 벗어나서 노두길을 걷는 행복한 여행이 될 것이다.
넓은 갯벌과 낮은 언덕 그리고 바다와 해변은
여행자에게 번뇌와 갈등을 씻어주는 평화를 선물할 것이다.
순례의 길을 걸으며 평화의 마법에 걸려보길 권한다.
신안 순례자의 섬여행 1.2.3부를 마친다.
(다음 편은 '보성 대원사 템플스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