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면 조바심이 난다.
여름휴가를 어디로갈 지...
가서 뭘할 지...틈틈히 생각해보며 이것저것 검색해보면서 말이다.
각종 미디어 매체마다 여기가 좋아요...여기로 오세요...연예인을 앞세워서 경쟁하 듯 부추긴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잠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외여행은 꿈도 못꾸고 있지만 국내여행은 여름휴가에 절정을 이룰 것이다.
올 여름 휴가, 짧은 여름여행을 계획한다면 섬여행을 추천한다.
혼자가도 좋고 커플들은 해변을 따라 걸으며 그야말로 낭만에 빠질수있다.
폴짝폴짝 뛰며 걷는 아이들을 앞세우고 온가족이 걸어도 좋은게 섬여행이다.
갯벌체험도 해볼만하다.
이번에 다녀온 신안 순례의자 섬은 부모님과 동행해도 무리가 없는 코스이다.
순탄한 평지 길이기 때문에 3대가 함께 즐기기엔 그만이다.
- 이제 순례의 길을 다시 떠난다.
그리움의집 야고보집을 나서서 생명평화의집 요한의집으로 향한다.
대기점도의 야트막한 집들이 평화롭다.
오렌지색과 코발트빛 지붕 그리고 돌담들이 섬마을의 정겨움을 여행자에게 선물한다.
길가의 초록들과 야생화도 섬태생이라 더욱 싱그럽게 다가온다.
가느다란 길 끝으로 바다가 연결되고 바다위로 하늘이 경계도 없이 이어져 있다.
날씨가 흐린탓도 있지만 이미 섬에 도착하자마자 긴장이 풀린 내 마음 탓에 모든건 평화롭다.
요한의집.일명 생명평화의집이다.
대기점도 남촌마을 팔각정 근처에 있다.
긴 바람창문 밖으로 할머니의 무덤이 보인다.
이 집은 작가가 작품을 구상할 때 할아버지 한분을 이 마을에서 만났다.
할아버지는 어부로 바다 일에만 열중했다.
어느날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아내의 삶이자 일터였던 밭으로 나가 농사를 했다.
직접농사를 지어 보고 나서야 아내의 고단했던 삶을 이해했고 ... 할아버지는 기꺼이 작가에게 자신의 밭을 기증하고...
아내의 무덤이 보이도록 창을 만들어 줄것을 요청했다.
작가는 두분의 삶에서 영감을 얻고, 요한의 집.생명평화의 집을 완성했다.
이 집은 외관은 남성의 성기 모양을 표현했고 출입문은 여성의 성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문위에는 생명을 상징하는 배꼽도 보인다.
천정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시간에 따라 빛이 아름답게 변한다.
마치 노부부의 삶처럼...
우리는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나누면서 근처 팔각정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과자 한봉지에 막걸리로 목을 추기면서 할아버지를 부러워하는 심정을 안주삼아 각자의 짧은 감상을 나누었다.
- 잠깐의 휴식에 힘을 얻어 또다시 길을 걷는다.
멀리서도 단번에 탄성이 나오는 필립의 집이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를 어어주는 노두길 입구에 있다.
프랑스 작가의 작품으로 물고기를 형상화했다.
적벽돌과 갯돌을 이용했고 지붕이 날아갈 듯 유연한 곡선이다.
바다를 등지고 서있는 예쁜집이다.
안에는 긴 유리 십자가가 창문 역할을 한다.
부드러운 채광이 저절로 두손을 모으게 한다.
때 마침 바닷물이 빠져서 드러난 노두길, 파래와 해초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방금 전까지는 바닷물에 덮여서 보이지 않았던 길...
기적처럼 내 눈 앞에 짜잔 나타나서 길을 터준다.
신비의 바닷길 그 길에 서 있다.
필립의 집은 일명 행복의 집이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는 와 보면 안다.
누구라도 필립의집과 바다와 노두길을 동시에 바라보면 다 느낄 것이다.
행복한 나날에 대한 감사를...
노두길의 신비함을 온 몸으로 느낄수 있는 현장에서 상승된 기분으로 가볍게 걷는다.
바르톨로메오의 집.감사의집이다.
신안 순례자의 섬 12사도의 집 중에서 유일하게 안으로 들어갈수 없는 집이다.
바르톨로메오의 집은 바다가 아닌 작은 호수에 떠있다.
마치 물위에 핀 한송이 꽃과 같다.
보이는 각도에 따라서 색이 오팔처럼 영롱하다
색유리가 햇빛을 받아 물에 비치는 모습이 황홀하다.
들어 갈 수 없으니 더 가보고 싶은 마음에 지긋이 바라봤다.
토마스의 집을 향해 걸으면서도 몇 번을 뒤돌아 보았다.
-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걷다가 잠시후에 점심을 먹는다는 말에 아이처럼 촐랑대며 일행의 눈치고 뭐고 식탁으로 직진했다.
섬마을 밥상,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있다.
정갈한 전라도 가정식 백반이 차려졌다.
우선 눈으로 좌악 훑어 먹으며 막걸리는 건성으로 받아서 건배를...
허기진 배를 위해서 체면 없이 먹다가 일행분과 눈이 마주쳐, 눈으로만 웃고 맛있죠 신호로 고개를 끄덕였다.
참돔구이.압권이다.
두툼하기가 백과사전보다 두껍고 길이는 식빵 한줄 길이.7명이 실컷 먹었다.
백반은 1인 1만원. 특대 참돔구이 4만원.
흡족한 점심식사에 모두들 기운이 하늘을 찌른다.
이제 소기점도의 마지막 목적지 토마스의 집이다.
게스트하우스 뒤편 순례길이다.
언덕을 배경으로 하얀집이 코발트색 창문을 달고 서있다.
구슬이 박힌 바닥이 예쁘다.
푸른색 창틀 넘어 보이는 풍경마져 고요하고 아름답기만하다.
토마스의집.일명 인연의집이다.
야고보의 집 작가와 같은 젊은 여성작가의 작품이다.
나는 어떤 인연으로 여기에 일행들과 왔는가.잠시 세월따라 만나지는 귀한 만남들.오늘을 함께하는 이들과의 인연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 온다.
이순간을 사진에 담으며 토마스.인연의 집을 떠나 다시 순례의 길을 걷는다.
마태오의집.기쁨의 집이다.
노두길 한가운데 우뚝 솟은 황금 예배당이다.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이집의 지붕은 섬마을의 주요 농산물 양파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황금처럼 빛나는 양파의 형상.인상적이다.
이곳은 바닷물에 노두길이 잠기면 오도가도 못하는 고립의 세상이된다.
그러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서너시간 후 바닷물이 빠지면 고립에서 해제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립된 채 고독에 빠져 보아도 좋겠다.
아치형의 창문으로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몰려 들어 온다.
갯내음을 가슴 가득 담는다.
지극한 평화와 즐거운 불편을 누릴 자유가 충만하다.
자동차와 핸드폰으로부터 잠시 헤어져서 섬 마을을 걸어보자.
불평이 사라진 마음에 고요와 평화가 깃들 것이다.
(3부는 소악도와 진섬 그리고 딴섬을 계속 걸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