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칼럼) '싸목싸목 지구별 여행'
  • "아무것도 안할 자유를 선물하고 싶다면 여기로 오라"
  • 인경숙 / 여행작가



    - 이른아침 광주를 출발한 차는 70분을 달려서 압해도 송공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여객터미널 안은 평일 탓인지,잔뜩 흐린 날씨탓인지, 코로나19 때문인 지 한산했다.

    승선 후, 보통 수준보다 더 흐린 날씨가 습기를 머금고 온 몸을 휘감는다.

    섬으로 들어가는 실감이 짙하게 들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마스크를 단단히 여미며 멀리 바라본다.

    오늘의 목적지가 어디쯤 일까 짐작하면서. 뱃머리에서 심호흡을 한다.

    이 순간이 참 좋다.

    어딘가로 스타팅하는 타이밍,  마음 속으로 야호를 외친다.

    대기점도 선착장.

    신안 '순례자의 섬' 투어 출발점이다.

    넓은 바다 끝으로 섬마을과 야트막한 언덕이 펼쳐져 있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 행정구역 상 병풍리에 속한 대기점도-소악도-진섬-소기점도-딴섬 모두 다섯개의 크고 작은 섬을 걷는 일정이 이번여행의 코스이다.

    섬은 조용했다.

    비에 젖은 1번 베드로의집(건강의집).

    흰 회벽과 푸른 둥근 지붕이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케 했다.

    섬에 자생하는 엉겅퀴 꽃이 그려진 내부는 단촐하다.

    대여섯명이 비좁게 앉을 만큼 작은 공간.

    작은 창으로  바다가 보인다.

    좁은 틈으로 보이는 바다는 마음껏 보았던 드 넓은 바다 보다 친숙하게 다가 왔다.

    직사각형의 바다는 나에게 보이는 만큼만 보여주면서 많은걸 보지 않아도 되...

    지금까지 잘  견디고 살아왔구나... 다독여 주는 듯했다.

    울컥하는 감정을 추스리며 순례의 길을 떠난다.

    좁은 창으로 보이던 바다에 마음을 빼앗기고서 조용히 문을 닫으며 내가 섬에 왔음을 확인했다.

    문은 지붕과 같이 푸른색인데 상부가 아치형태를 이룬다.

    푸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길고 좁은창,

    그 창으로 보이는 병풍도와 바다.

    순례길의 출발이  백수로 살아가는 이즈음의 나에게 많은걸 보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전해준다.

    베드로의 집과  나란히 서있는 키작은 종탑의 종을 친다.

    순례자의 섬을 순례하기 전 출발 의식처럼 땡땡땡.



    - 코로나19로 멈춰 버린 지구. 여행도 멈췄다.

    프리랜서 여행작가로서 여행자를 안내하던 국외 인솔자라는 직업도 멈춰버렸다.

    그래서 요즈음 백수로 산다.

    어젯밤 어떻게 최선을 다해서 백수로 살 것인가 연구하느라 늦게 잠을 잤다.

    돈벌이를 줄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줄어 버려서 저절로 백수가 됐다.

    백수 이전부터  소비를 줄이고 느린 삶으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코로나 이전이나 별반 다를게 없다.

    가늘고 길게 지속가능한 백수로서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는 여행과 글쓰기 만한게 없다는 결론을 냈다.

    신안 순례의 섬에서 평소의 생각을 정리하며 작심한 이상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연구 중이다 .

    일을 삶의 중심에 두지 않겠다고...

    여럿이 걸으면서도 혼자 걷는듯 상념에 빠져들다가 2번 안드레아( 생각하는 집)에 도착했다.

    대기점도 북촌마을이다.

    베드로의 집 보다 밝은 코발트빛 지붕이 이채롭다.

    안드레아 집 옆으로는 이제 막 바닷물이 빠진 노두길이 들어나 있다.

    병풍도로 이어지는 길이다.

    바닷물에 의해 길이 사라졌다 다시 물이 빠지면 나타나는 신비한 풍경이다.

    그래서 노두길은 물이차면 수평선이 되고, 물이 빠지면 갯벌로 이어지는 지평선이 된다 하여 기적의 순례길이라 한다.

    섬과섬 사이를 잇는 노두길은 오래 전 주민들이 갯벌에 돌을 쌓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옛길의 원형은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섬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는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해야 한다.

    1번 베드로의 집 부터 12번 가롯유다의 집까지는 다섯개의 섬이 노두길로 이어진 특징이 있다.

     따라서  신안 순례자의 섬 여행은 반드시 물 때를 확인해야만 한다.

    물때 확인은 인터넷에서도 가능하고, 순례자의 섬 여행자센터(061-246-1245)로 문의하면된다.

    안드레아의 집은 밀물과 썰물 바다의 물때에 기대어 사는 섬주민의 삶을 주제로 해와 달을 독특하게 표현했다.

    또 섬마을의 주작물인 양파를 형상화하고 주민들의 애환이 서린 돌절구와 가축의 먹이통을 창문으로 표현해 낸 아이디어가 감동이다.

    바닷바람이 몰려들면 돌절구가 종인 듯 매달린 채 흔들린다.

    섬주민의 삶을 작품에 녹여낸 작가의 관점이 따뜻하다.

    안드레아 집 앞에 수호신처럼 서있는 한마리의 고양이.

    푸른 눈이 바닷물 빛이다.

    섬에 쥐들이 들끓자 천적인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는 설명과 그 후 고양이가 들끓어서 개를 키웠다는 말에 주변을 살펴보니 고양이도 개도 없다.

    그러나 1번 베드로의 집부터 우리 일행을 안내하듯 앞서 걷는 개 한마리.

    우리는 순례견이라 부르고 꼬리가 없어서 노꽁지란 애칭을 붙혀주었다.

    안드레아집 문의 독특한 형태에 눈길이 간다.

    달의 차고 기울어짐에 따른 형상을 작품화 한 것으로 보름달과 초승달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나의 내면은 보름달인가.그믐달인가.초승달인가...

    안드레아집 천정의 해처럼 빛나는 것일까...

    많은 생각을 모았다가 흐트리면서 3번 야고보(그리움의 집)집을 향해 걷는다.

    3번 야보고의 집은 산기슭에 있다.

    모내기를 끝낸 무논 옆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숲속에서 작은 요정이 튀어 나와 반길 것 같은 작은 예배당이다.

    크리스찬이 아니라도 두손을 모아 기도하고픈 고즈넉함이 가득하다.

    작은 창들은 연분홍 스테인드 글라스인듯 색이 곱다.

    신안 순례자의 섬은 길을 따라서 각각 다른 모양으로 작가들이 참여하여 건축한 작은 예배당이다.

    예수의 12사도 이름을 따서 지었지만 굳이 기도와 예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아주 작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나와 내면의 내가 조우하고 내 마음의 변화에 따라서 느끼고 생각하고  그도 아니라면 그대로 멍...해도 좋다.

    그리고 꼭 예배당이라 할 필요도 없다.

    평화롭고 조용한 섬마을을 거닐면서 공공의 건축물을 작품으로 감상하면 그뿐이다.

    신안 순례자의 섬은 기독교 신자가 많은 점에 착안하여,

    가고 싶은 섬 프로젝트로 선정되면서 테마를 12사도로 결정, 탄생 되었다.

    일생에 한번 아무생각이 없이 걷고 싶을 때 오면 좋을 섬이다.

    야보고 집은 숲가까이 있어서 나무를 많이 이용했다.

    특히 문을 나무로 하고 가운데 창을 두었는데 안팍의 유리가 다른 느낀을 준다.

    안에서는 밖이 보이고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으며 문을 바라보는 내가 보인다.

    내 모습만 볼수 있다.

    야고보집의 부제는 그리움의 집이다.



    - 내가 나를 그리워 할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남이 나를 그리워하면 좋겠다.

    나에게 그런 매력이 있나 ...유리문에 비친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며 반성한다.

    한 인간이 남길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기록. 여행이라고 자신한다.

    여행의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오늘 이순간 더 명료해진다.

    거친 세상살이에 염증을 느낄때 그래서 여행을 하기로 했다면 조용히 느리게 걸어보길 권한다.

    언젠가 여행자가 된다면

    신안 순례자의 섬에서 걸어 보라.

    내 인생의 보상으로 아무것도 안할 자유를 선물하고 싶다면 당연히 여기로 와야 한다.

    그 이유를 계속해서  2부, 3부에 걸쳐 연재하려 한다.

    (인 작가는 세계의 크고 작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십수년을 유랑하다가, 광주에 정착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SNS 전문강사와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 글쓴날 : [20-07-06 11:16]
    • 데일리호남 기자[truth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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