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장과 회원 50여 명이 2일 오전 11시 전남동부청사 앞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국립 의대 설립 공모 방식 철회를 주장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서한초 기자)
전남권 국립 의대 설립이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개입으로 동서갈등의 일촉즉발 일로에 섰다. 갈등을 조정하고 지혜를 발휘해야 할 전남도가 오히려 균형잡힌 모습보다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욱이 법적 권한이 없음에도 정부에 의견을 제시한다는 미명하에 전남도가 공모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숨은 속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심지어 전남도의 편향적 행정에 대해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하면서 순천시민사회단체가 초강수를 들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전남동부지역 주민들 역시 소외와 홀대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파장은 확산일로(擴散一路)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전남도의 공모 방침…지역 간 경쟁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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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달 18일 전남동부청사에서 노관규 순천시장, 이병운 순천대 총장, 정병회 순천시 의장과 의대 공모 관련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은 서로 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각자도생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남도 제공) |
전남도는 전국 17개 광역시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이다. 이에 전남도민의 숙원이 됐다. 응급의료에 대한 갈망이 실생활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남도는 도민들의 갈망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을 보였다. 의대 설립 주도권을 쥐려고 독단적으로 공모 방식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순천시와 목포시의 경쟁을 촉발시켰다. 이어 지역 갈등을 조장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남도의 공모 방식에 대해 순천대와 순천시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크게 반발했다. 순천대는 지난달 22일 전남도의 공정성의 의문을 제기하며 단독으로 교육부에 의대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동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조짐이다. 더욱이 전남도가 공정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행정의 신뢰까지 무너진 상태다. 이에 순천대와 순천시, 순천시의회, 순천 국회의원 당선자는 전남도가 공모 방식을 철회하고 고등교육법에 따른 원칙적인 절차를 따르라는 입장이다.
◇ 공모에 목메는 전남도지사…숨은 속내는(?)
의대 유치에 관한 지역 여론을 수렴해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공모를 진행한다는 전남도의 입장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공모는 선정을 위한 절차 중의 하나이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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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달 2일 전남도 의과대학 유치에 대해서 공모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전남도 제공) |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공모에 목매는 이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립 의대 설립을 자신의 도지사 3선을 위한 재물로 이용하려는 속내가 있지 않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순천대와 순천시가 소지역주의로 전남도 공모에 응하지 않아 30년만의 기회를 무산시키려 한다는 프레임으로 모든 갈등의 원인을 순천대와 순천시에 전가시키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굳이 동서로 나누어 비교를 한다면, 동부권 인구가 서부권 인구보다 20만 여명이 많다. 또 산업 밀집도도 동부권이 현저하게 높다. 반면 의료기관이나 시설은 서부권이 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목포, 해남지역은 광주와 화순의 대학병원 이용율이 각각 22.24%, 25.71%로 대학병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순천, 여수의 이용율은 14.26%, 7.61%에불과하다.
이렇듯 전남 동부권의 의료 서비스가 현저히 부족한데도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서부권에 무게중심을 두는 듯한 행보다. 동부권 지역민들이 홀대론을 주장하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익적 국립 의대 설립을 정치 논리로 끌어가려는 의도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도지사의 편향적 행정…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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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민사회단체가 2일 발표한 ‘지역갈등을 초래하는 전남도 단일의대 공모 철회 촉구 성명서’ 전문. (서한초 기자) |
전남권 의대 유치는 단순히 지역 발전을 넘어 전남도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의료 서비스의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전남도의 행정은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서부권에 편중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전남도청, 전남도경찰청, 도 교육청, 소방본부뿐만 아니라 전남 공무원 교육을 담당하는 전남인재개발원 등 굵직한 시설 등은 모두 서부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전남도는 전남권 의대 유치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용역을 실시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2019년의 교육부 용역과 2021년도의 전남도 용역이다. 전남도는 2021년도에 ‘전라남도 국립 의과대학과 부속병원 설립 운영 방향 연구용역’이라는 용역을 실시했음에도 결과에 대해 공개를 꺼려하고 있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일방적인 통보와 밀어붙이기식 불통 행정이 오히려 국립 의대 유치를 저해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 순천시민사회단체 강력 반발…중립성 없는 전남도 불신
순천시민들이 뿔이 났다. 그동안 침묵하고 지켜봐오던 시민사회단체가 2일 전남동부청사 앞에서 ‘지역갈등을 초래하는 전남도 단일의대 공모 철회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력한 투쟁 의지를 밝혔다.
순천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장과 회원 50여 명은 기자회견을 갖고 “전남도는 아니면 말고식의 밀어붙이기식 공모 방침을 철회하고, 180만 전남도민이 납득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도민을 우롱하는 기준과 원칙을 무시하고 권한없는 전남도의 공모 방식에 대해 규탄하고, 법적 절차와 원칙,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는 정부 주관 공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순천시 주민자치회 김선중 사무총장은 ‘데일리호남’과 전화 통화에서 “다음 주부터는 여수시, 광양시, 순천시, 곡성군, 구례군, 고흥군, 보성군 등 전남동부지역과 연대 투쟁을 진행할 것이다”며 “또 전남도의 입장이 철회될 때까지 다음 주부터 전남동부청사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준비하겠다”고 말해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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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민사회단체가 2일 전남동부청사 앞에서 강경 투쟁 선포와 전남동부지역 지자체 연대 투쟁을 선언했다. (서한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