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면 순천은 지천에 벚꽃나무가 날리는 벚꽃비가 내린다. 올해는 개화시기가 3일 정도 앞당겨져 벚꽃축제에 맞춰 만개(滿開)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천시 제공)
우수(雨水) 지나 경칩(驚蟄)에 비가 오면 봄이 온다는 자연의 약속. 개구리가 깨어나는 시간도 자연의 속도에 맞춰 진행되는 약속이다. 순천의 봄은 매산등(梅山等) 탐매마을의 홍매화로부터 시작한다.
바람이 분다. 계절이 바뀌는 걸 자연은 바람으로 얘기한다. 그리하여 순천의 봄이 시작된다. 봄볕 내리는 오후, 홍매화 꽃비가 내리고 나면 동천변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이 봄을 노래한다. 이제부터는 축제다.
◇ 은하수 같은 벚꽃길…동천 50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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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에는 서면삼거리 우체국 앞 광장과 용당뚝방에서 벚꽃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2020년 용당뚝방벚꽃축제의 모습. (데일리호남 DB) |
해마다 봄이면 동천변 벚꽃 길이 연인들의 발길로 가득하다. 올해는 오는 28일이 개화 예정으로 작년보다 3일 앞당겨질 예정이다. 동천 50리는 온통 팝콘처럼 가지에 몽골몽골 매달려 있다.
서면 학구리에서 해룡천까지 동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 동천 50리 벚꽃길. 오는 23일에는 서면우체국 앞마당과 용당뚝방길에서 벚꽃축제로 시민‧관광객들에게 눈호강뿐만 아니라 오감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매년 분산 주최하던 축제를 한날 개최하게 된 것은 상춘객들의 관람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주최 측의 세심한 배려라는 평가다.
◇ 선암사의 겹벚꽃…천년 바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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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千年古刹) 선암사 뜨락에는 벚꽃이 억겁의 세월을 살아 겹벚꽃을 피운다. 그 나무그늘 아래에는 상춘객들의 사진 찍는 소리만 가득하다. (순천시 제공) |
벚꽃이 억겁의 세월을 살아 겹벚꽃을 피웠다는 천년고찰(千年古刹) 선암사 뜨락에는 느릿한 봄바람이 가지를 살랑거린다. 겹벚꽃에 매료돼 사진찍기에 바쁜 상춘객들로 대웅전 앞마당은 가득하다.
계곡은 쉴새없이 재잘대면서 바위틈을 비비고 흐른다. 고찰의 풍경소리도 계곡물을 따라 흐르고 흘러 동천으로 간다. 그리하여 다시, 바다로 간다. 억겁의 세월을 돌아 다시 선암을 찾을 때까지 천년 바람이 되어 흘러간다.
팍팍한 황톳길에는 고찰 승려들이 조붓한 걸음으로 산사(山寺)를 오른다. 재잘대는 계곡물 소리에 맞춰 조붓걸음으로 간다. 겹벚꽃 향기따라 대웅전으로 공부하러 간다. 술에 취하지 않아도 겹벚꽃 향기 때문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다.
◇ 봄을 맞는 순천의 아침…그리고 순천의 맛
게슴츠레 눈을 뜨는 순천만의 아침. 짱뚱어의 기지개는 아직 이른 듯한데, 이른 아침 해무(海霧)는 동천을 거슬러 올라와 국가정원을 휘감는다. 순천의 아침은 유기농 야채처럼 신선하다. 순천의 봄처럼 말이다.
순천의 봄에는 닭요리가 인기다. 상춘객에게는 식도락(食道樂)이 제격이듯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먹는 즐거움이다. 순천 도처(到處)에 자리잡은 맛집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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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봄에는 제철음식 또한 한 상이다. 가는 곳곳마다 맛집이 즐비하다. 사전 예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기다림의 고행을 겪을 수 있다. (순천시 제공, 데일리호남 그래픽) |
닭 한 마리를 압력솥에 통째로 튀겨낸 마늘 통닭, 청소골 산장의 역사와 함께 해온 닭구이, 소화를 돕는 건강한 매실과 닭의 만남인 매실 닭강정, 푸짐한 닭 코스 요리 등이 대표적이다. 풍미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을 정도다.
더욱이 입맛을 돋우는 제철음식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미나리삼겹살, 정어리쌈밥, 산채정식, 도다리쑥국, 맛조개탕 등 ‘순천한상’은 봄철 순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양효정 순천시 관광과장은 ‘데일리호남’과 전화 통화에서 “순천의 봄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도심 곳곳에 있다”며 “디지털 문화 콘텐츠가 녹아든 ‘우주인도 놀러오는 순천’으로 개장을 준비 중인 순천만국가정원이 오는 4월1일 선보일 예정이므로 새로운 차원의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