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길을 걸어온 김문수 예비후보와 손훈모 예비후보가 민주당 공천을 두고 격돌했다. (데일리호남 DB)
더불어민주당 순천광양구례곡성·갑(이하 순천갑) 지역구 경선 주자로 결정된 김문수 예비후보와 손훈모 예비후보가 앞다투어 여론을 주도하기 위한 각축전(角逐戰)을 벌이는 양상이다.
고려대 88학번 동기인 두 예비후보는 동시대 인물이라는 공통점과는 달리 정치적 행보는 상반되게 다른 성격의 길을 걸어왔다. 현재는 민주당이라는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 김문수 vs 손훈모…같은 듯 다른 느낌
김문수 예비후보는 고려대학교 88학번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손훈모 예비후보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김 예비후보는 1998년에 정치에 입문해 민주당에 입당했다. 반면 손 예비후보는 2012년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김 예비후보는 민주당에 입당해 줄곧 민주당을 지켜온 반면, 손 예비후보는 입당과 탈당을 반복해 ‘철새 정치인’의 꼬리표를 달게 됐다.
김 예비후보는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에 재선하면서 교육위원장을 역임했다. 이어 2018년도에는 성북구청장에 출마해 낙선했다. 2018년 이재명 경기도지사 선거를 도우며 이재명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22년 대선 캠프에서 조직팀장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이재명 당대표 특별보좌역을 담당하고 있다.
손 예비후보는 2012년 민주통합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2016년 탈당했다. 이어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나, 당시 구희승 후보와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어 2018년에는 국민의당에 갈라진 민주평화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순천시장에 출마했지만 당시 조충훈 후보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다. 또 2022년에 는 어렵게 민주당 복당에 성공해 순천시장에 출마했으나, 당시 오하근 후보에게 경선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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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을 향한 순천 민주당 경선이 노관규 순천시장과 소병철 의원 간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데일리호남 DB) |
두 후보가 걸어온 길이 같은 듯 다른 이유는 정치의 정체성을 정당(政黨)에 두는 사람과 자신(自身)에게 두는 사람과의 차이 때문이다.
◇ 노관규 vs 소병철…대리전 양상
총선 열차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순천(갑) 지역구 민주당 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이 노관규 순천시장과 소병철 의원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5일 손훈모 예비후보 측이 먼저 성명을 냈다. “김문수 예비후보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며, 정책과 공약이 아닌 흑색선전을 일삼고 있다”며 “경선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문수 예비후보를 향해 “예비후보님의 과거와 현재의 행적을 이미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의 힘에 의존하면 허수아비나 꼭두각시밖에는 될 수 없다”며 김 예비후보와 노 시장과의 연계돼 있음의 뉘앙스를 남겼다.
반면 “오죽하면 현역의원이 불출마를 선언까지 하면서 현 시장과 예비후보를 고발까지 했겠냐”며 우회적으로 소 의원을 옹호하는 듯한 의미을 내비쳤다.
또 노관규 시장을 향한 볼멘소리도 남겼다. “또다시 다른 후보를 돕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시정에만 전념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소병철 의원이 부화뇌동(附和雷同)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풍수지탄(풍수지탄)이다. 나무(노관규)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손훈모)이 그치지 않는 형국이다. 부모를 정치에 끌어들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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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훈모 예비후보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순천시장 경선에서 탈락하자, 당시 지역위원장이었던 소병철 의원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사퇴를 촉구했던 SNS 내용. (데일리호남 DB) |
◇ 소병철·손훈모 ‘오월동주(吳越同舟)’
가는 길이 같다고 해서 목적은 같을 수 있으나, 생각이 같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吳)나라 사람과 월(越)나라 사람 이야기지만, 작금의 소병철 의원과 손훈모 예비후보의 행보가 사뭇 닮았다. 임시방편이라는 말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시장 공천에서 배제되자 손 예비후보는 SNS를 통해 “중립을 지켜야 할 지역위원장이 불공정 선거에 개입했다”며 소병철 지역위원장을 문책하고 사퇴시키라며 민주당 중앙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또 “권리당원명부가 유출되었다. 경선파행의 원인 제공자인 소병철 지역위원장을 징계하라”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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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훈모 예비후보가 제22대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순천시 중장기 사업인 ‘공공자원화시설’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순천시민이 찬반으로 대립된 상황이다. (데일리호남 DB) |
이에 소병철 의원은 손 예비후보를 염두해 두고 ‘정치를 하면 안될 사람’이라며 난색을 표했었다. 어제의 견원지간(犬猿之間)이 한 배를 탄다고 해서 생각과 뜻이 같아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사가 미래의 답안지를 품고 있듯이 정치인에게는 걸어온 길이 향후 행보의 답안을 품고 있다.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을까(?)
◇ 시정 발목잡는 국회의원 ‘반대’
순천시민들은 이제는 시정을 발목잡는 국회의원은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년여를 지켜봐 온 시민들의 여론과 여망(餘望)이다.
더욱이 손 예비후보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최근까지 순천시가 추진 중인 공공자원화시설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며 1년여 동안 시정을 발목잡고 있기에 순천시민들의 여론과 상충된다.
심지어 행정을 진영논리에 끌어들여 정치적 희생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안없이 처음부터 논의하자는 발상은 폐기물 처리시한을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무조건 반대’는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내 집 앞은 안되고 시골 구석에 건립하라’는 논리가 당초 손 예비후보가 주장했던 사안이다. 선거를 앞두고 악재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순천시민들의 진정한 목소리는 ‘일류순천’의 반열에 오른 순천시의 위상을 정치적 이용으로 실추시키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민의 여론을 왜곡하려는 것은 작은 그릇으로 큰 그릇을 덮으려는 어리석은 발상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