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의 곳곳이 주변 이웃을 위한 후원과 기부로 넘쳐나고 있다. 소소한 기부에서부터 통 큰 김장전달까지 다양한 방식의 기부가 연말연시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데일리호남 DB)
사랑에도 색깔이 있다. 사랑의 마음을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향기와 색깔이 다르게 전달된다. 전남 순천시 시민들의 사랑의 손길은 각양각색(各樣各色)의 모양과 색깔로 나타난다.
연말연시의 상투적인 후원이 아닌 정성어린 마음을 담은 사랑은 맑고 깨끗한 유리알같은 무색(無色)이다. 어떠한 색깔로 전달되는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한 주 겨울 찬바람을 타고 전달된 사랑의 손길들을 찾아보았다.
◇ 저전골의 세심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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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저전동 마중물보장협의체, 주민자치회, 통장협의회 등 회원 30여 명이 참여해 김장김치를 담궈 관내 소외계층에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순천시농산물도매시장 중도매인 협회가 함께 더욱 빛이 났다. (순천시 저전동 제공) |
순천시 저전동 마중물보장협의체 류지승 위원장의 에너지가 넘쳐난다. 보장협의체 회원, 통장, 주민자치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관내 취약계층에게 전달할 김장김치를 담기 위해서다.
손놀림 빠르기는 통장협의회 조복진 회장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 힘쓰는 건 주민자치회 김용국 회장의 몫이다. 이렇듯 3박자가 잘 어우러져 김장을 담그는 내내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비타민센터 공유주방에서의 진풍경이다.
무엇보다 올해 저전동을 찾은 순천시농산물도매시장 중도매인협회(회장 강효원)는 세심하게 선물꾸러미를 챙겼다. 귤 50박스, 바나나 30박스, 김장재료 22세트(배추 20kg), 야채(무, 파) 등을 손수 챙겨와 세심한 마음에 감동까지 담았다.
이에 최정임 동장은 “농산물도매시장의 따뜻한 나눔과 저전동 주민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아온 착한시민캠페인 사업비로 추진해 그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 보리스님의 자비가 장천골에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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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장천동 대승사 주지 보리스님(우측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29일 장천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백미를 전달 하고 있다. (순천시 장천동 제공) |
고찰(古刹)을 품은 순천시 장천동은 지난달 29일 대승사 주지 보리스님이 장천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달라며 백미(20kg) 10포를 기부했다. 가까운 이웃을 살피는 것이 보시(布施)라고 전했다.
보리스님은 “소외된 이웃들이 따뜻한 연말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 나눔 문화 확산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백미를 전달받은 김종환 장천동장은 ‘데일리호남’과 전화 통화에서 “꾸준한 나눔 활동을 해 주시는 대승사 주지스님과 사찰 관계자분께 감사드린다”며 “다음 주 예정돼 있는 추가로 받을 후원 물품을 포함해 마중물보장협의체 회원들과 함께 관내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 독거노인과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 탐매마을을 찾은 산타크로스
매서운 바람이 매산 등(登)을 타고 넘는다. 바람은 어느새 따뜻한 훈풍으로 바뀌고 건장한 산타크로스 10여 명이 매곡동 행정복지센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랑의 선물꾸러미를 들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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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순천라이온스클럽이 순천시 매곡동을 찾아 후원 물품을 전달했다. (순천시 매곡동 제공) |
지난달 30일 탐매마을을 찾은 순천봉화라이온스클럽(회장 이석진) 회원들은 자신들이 직접 담근 김장김치 15박스와 라면 16박스, 쌀(20kg) 10포를 사랑을 담아 매곡동에 기부했다.
매서운 추운 날씨에 라이온스 회원 63명이 참여해 담근 김장 김치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찾아 전달했다. 이에 어르신은 “워메 김장 김치를 받응께 월동 준비 다 한 것 같네”하며 즐거워했다.
이날 이석진 회장은 “손발이 얼 정도로 날씨가 추워 김장 담그기가 어려웠지만, 함께해 준 회원들에게 고맙다”며 “김치를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따뜻한 정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유진 매곡동장은 ‘데일리호남’과 전화 통화에서 “산타크로스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주변의 어려움을 겪고있는 이웃들의 틈새를 메워주는 것 같다”며 “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좀 더 챙겨야겠다”고 말했다.
◇ 기부 창구 ‘왕조 도사’에 기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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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순천동산여중 재학생들과 김종균 교장선생님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이 왕조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김장김치를 전달했다. (순천시 왕조1동 제공) |
순천시 왕조1동에서는 ‘왕조 도사’가 있다. 어려운 이웃에게 자발적으로 후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기부 창구다. 현재 18개 단체가 후원을 하고 있다.
올 연말에는 4개 단체가 참여했다. 순천동산여자중학교(교장 김종균)와 순천봉화라이온스클럽(회장 이진석), 천우ENG(대표 하금희), 파인드네이처(대표 김종록) 등이다.
이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손길이 있다. 동산여중 학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한 해 동안 기후 위기 생태학습 과정을 통해 정성들여 키우고 수확한 배추로 직접 담근 김장 김치 24박스를 기부 창구에 기부한 것.
눈물 나도록 추운 날을 따뜻하게 바꾸는 힘을 지닌 천사의 손길이었다. 교장선생님을 따라온 아이들은 수줍은 얼굴을 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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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순천봉화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김진남 전남도의원과함께 왕조1동을 찾아 후원 물품을 전달했다. (순천시 왕조1동 제공) |
이날 기부 창구에는 순천동산여중 김장 김치 24박스, 순천봉화라이온스클럽 김장 김치 19박스, 백미(20kg) 10포, 라면 16박스, 천우ENG·파인드네이처 각각 백미(10kg) 15포와 10포씨을 기부했다.
정학규 왕조1동장은 ‘데일리호남’과 전화 통화에서 “왕조1동은 소득 편차가 가장 심한 곳이다. 또 항상 살펴야 할 독거노인도 많은 편이다”며 “어려운 상황에도 매년 후원을 아끼지 않는 손길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100명의 손길 ‘사랑 듬뿍 김장 나눔’
순천시 덕연동 만의 저력이 나타났다. 손 큰 어머니들이 많아서인지 모든 일에 통이 컸다. 매년 덕연동의 김장 나눔행사 규모가 가장 컸었다. 올해는 김치통도 15kg으로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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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순천시 덕연동 새마을부녀회와 무지개봉사단 회원들이 150통의 김장김치 담그기를 마무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순천시 덕연동 제공) |
무려 1,200포기의 배추를 다듬고 소금물에 절이기를 4일. 아침일찍 김치소를 만들고 버무리기를 반나절. 이어 직접 관내 경로당으로 독거노인 가정으로 장애인 가정으로 손수 전달까지 마무리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100명의 손길은 일사불란(一絲不亂)했다. 수년간 부녀회를 이끌어 온 최순 회장의 리더십이 담겨 있는 듯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를 김장 김치 나눔행사로 치르게 되서 기뻤다는 후문이다.
최순 덕연동새마을부녀회장은 “한 분이라도 더 드리고 싶은 마음에 많은 양의 김장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회원들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양희 덕연동장은 지난 1일 ‘데일리호남’과 전화 통화에서 “추운 날씨에도 새마을부녀회원들과 무지개봉사단 회원들이 참여해 150통이라는 김장 김치를 담궈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오늘 준비한 김장김치는 오후에 바로 전달까지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올해 덕연동 ‘사랑 듬뿍 김장 나눔’ 행사에는 ‘이마트 순천점’과 무지개봉사단‘이 함께했다.
고통은 나누면 둘로 절반이 된다. 사랑과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 이렇듯 전남 순천시민의 저력이 2023순천만국가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이유를 증명한 한 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