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늦은 오후, 전남 순천시청 출입기자들에게 출처를 밝히지 않은 문서(입장문)가 날아왔다. 배후가 순천민주당일 거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당시 입장문에 서명한 순천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이다. (데일리호남 DB)
지난 16일 늦은 오후, 전남 순천시청 출입기자들에게 출처를 밝히지 않은 문서(입장문)가 날아왔다. ‘입장문’이라는 타이틀을 명시하고 전달된 괴문서는 목적이 불분명했다.
내용을 불문하고 목적이 보도를 요청한 것인지 실상을 폭로하려는 것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 대표자는 없고, 순천시의회 내에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마지막에 연서만 했을 뿐이었다.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괴문서의 용도와 목적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졌다. 이에 괴문서에 대해 팩트체크해 보았다.
◇ 입장문 작성 목적…실현 가능성은(?)
문서의 출처는 순천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간담회에 의한 결과라는 게 확인됐다. 작성은 지난 6일 오전 갑론을박(甲論乙駁) 끝에 의견을 마무리 짓고 서명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당시 간담회에는 을 지역위원회 소속 시의원 5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또 2명의 의원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간담회와 오후에 진행된 워크샵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총 참석인원은 13명에 불과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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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초, 법원에서 판결한 정보공개법상 회의록은 비공개가 타당하다고 판시한 판결문 일부. (데일리호남 DB) |
또 대표성 없는 문서가 공신력조차 내포하지 않았다는 점과 순천시의회 입장인지 민주당 지역위원회 입장인지가 명확하지가 않았다. 이에 대부분의 언론들은 괴문서로 분류하는 분위기였다.
‘데일리호남’은 문서에 서명한 시의원 12명에게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총 9명에 대해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의견은 반대가 아닌 진행 상황이나 추진계획을 점검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또 “시민들의 의견이 ‘민주당은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여론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답을 해줘야 하기에 의견을 수렴했을 뿐이다”며 “확대 해석을 말아달라”고 말했다.
문서에 명시된 의결된 내용은 모두 3가지. ▲입지선정위원회 회의록 공개 ▲12월중 입지선정 결정고시 기한 연기 ▲공공자원화시설 당내 특위 구성 등이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회의록 공개의 문제는 올해 1월에 법원이 판결한 <사건번호 2021구단10357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제8호’를 들어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히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 입지선정 결정고시 기한 연기의 문제는 향후 공청회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협의(영산강유역환경청)를 거쳐야 한다. 이후에 입지 결정 고시·공고를 진행한다.
무엇보다 공공자원화시설 당내 특위 구성의 문제는 순천시의회 특위가 아닌 민주당내 특위라는 점에서 여론의 힘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 소 의원 간담회 밑밥용 vs 反소병철 색출용
문제는 문서가 작성된지 10일이나 지나서 16일 오후에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됐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또 바로 다음날인 17일 오후 3시, 민주당 순천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소병철 의원이 주민간담회를 가지면서 ‘ 소 의원 간담회 밑밥용’으로 문서가 급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문서가 급조됐다는 게 알려지면서 여론은 싸늘해졌다. 민주당이 순천시정에 대해 발목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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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의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작성한 입장문 전문. (독자 제보) |
더욱이 소병철 의원이 공공자원화시설 연향들 선정을 반대하는 연향3지구 주민들과 해당 지역구 시의원들만을 입회하에 간담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반대 측의 배후에 순천민주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했다.
17일 소 의원 간담회에 참석한 A모 시의원은 ‘데일리호남’과의 전화 통화에서 “소 위원장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리였다.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선출직은 양 쪽다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A모 시의원은 “이날 보니까, 12명 민주당 시의원들한테 서명받은 것이 소 의원 간담회 때 써 먹을려고 밑밥깐 것 같아서 굉장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모 시의원은 ‘데일리호남’과의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 당론(黨論)도 아니면서 서명을 받는데 반대 의견을 제기하면 소 의원한테서 눈에 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어쩌면 이번에 서명한 입장문이 ‘반(反)소병철 색출용’이 아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 순천시의회 민주당 ‘내홍’…총선 악영향
더불어민주당 순천지역위원회(갑) 관계자는 “(입장문에 대해서)순천시지역위원회의 입장은 아니다. 순천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순천시의회 민주당 의원들 간의 내홍(內訌)이 여전한 가운데 이번 괴문서(입장문)까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내년 총선에 소병철 의원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도그럴것이 이번 문서가 민주당 시의원들의 과잉충성에 의한 행동이었다면 순천민주당이 순천시정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병회 의장과 시의원들과의 불화설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내년 총선 판도는 민주당에서 멀어질 게 자명하다. 순천시의회를 민주당이 사당화(私黨化)하는 길, 역시 자멸하는 첩경(捷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