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오천그린광장에서 노관규 순천시장이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폐막을 선언하고 있다. (조직위 제공)
아침부터 오천그린광장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정원박람회장을 넘어오는 빠알간 태양이 구석구석 나무들을 깨운다. 밤새 잠을 자던 나무들도 기지개를 켜고 헤어짐의 축제를 준비한다.
순천 전역 읍면동 다방면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공간에 자리를 잡는다. 오늘 하루 순천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시민 한마당’을 위해 다양한 음식들을 준비해 나눠먹기 위해서다.
시민 한마당에서부터 순천 정원박람회 폐막식까지를 따라가 보았다.
◇ 폐막도, 새로운 시작도 ‘시민과 함께’
풍선의 달인 ‘풍선 대통령’의 퍼포먼스는 아이들의 눈에 신기함으로 다가왔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과 파란 하늘이 너무도 닮았다.
 |
오천그린광장 주차장에서는 ‘시민 한마당’ 축제가 한창이다.
각 읍면동에서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
다. (서한초 기자) |
어느새 읍면동 부스에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역의 특색에 맞춘 음식들로 점심이 되기 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경쟁은 없었다.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시민들은 어우러져 흘러갔다.
붕어빵, 부침개, 어묵, 새우튀김, 칠게튀김, 냉족발, 생과일컵 등 메뉴도 다양했다. 주무대에서는 시민들의 장기자랑이 펼쳐졌다. 읍면동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시니어들의 출연진들이 주를 이뤘다. 건강도 챙기고 활력도 챙기는 인생2막의 주인공들이었다.
노관규 순천시장는 항상 정원박람회 성공에는 슬기로운 순천시민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순천 정원박람회 폐막식과 시민 한마당 행사를 한날에 진행한 것도 순천시민과 함께하려는 노 시장의 생각이 담겨있음을 감지하게 했다.
◇ 화려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폐막
눈물 나도록 푸르른 하늘은 반가움을 선물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끼리 악수하며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오천그린광장과 푸르른 하늘이 선명하게 둘로 나뉘어 있었다.
‘시민 한마당’ 축제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농악패 길놀이가 오천그린광장 속으로 들어갔다. 폐막식을 진행할 주무대에서는 순천시립합창단이 웅장한 목소리로 광장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
노관규 순천시장(왼쪽)과 정병회 순천시의회 의장이 조직위
기수들과 함께 폐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조직위 제공) |
한바탕 효녀가수 현숙의 무대가 끝나고 해는 느릿하게 파아란 하늘을 회색빛으로 바꾸고 있었다. 바람은 볼살에 차갑게 스치며 지나갔다. 화려하지 않은 폐막식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214일간의 여정을 동고동락(同苦同樂)한 박람회 조직위 직원들이 노관규 순천시장과 정병회 순천시의회 의장의 뒤를 이어 입장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박람회를 방문해 준 국민들과 순천시민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
이어 214일간의 여정에 대한 영상이 펼쳐지면서 가슴 뭉클함이 밀려왔다. 전국 각지에서 정원박람회를 찾은 주요인사들의 영상메시지에도 순천시민들의 노력에 대한 감사의 말이 담겨있었다.
‘새로운 시작 The 높게’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폐막식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정원박람회로 순천과 전남의 이름이 세계 속에 빛난 한 해였다. 순천은 지역이 가진 매력과 경쟁력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멋지게 보여주고, 빛나는 지방시대에 큰 획을 그었다”며 “정원에 애니메이션을 입히려는 순천시의 혁신적인 도전에도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정원박람회를 성공리에 마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산림청장으로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사례를 토대로 대한민국이 날마다 정원 문화에 흠뻑 빠지고 정원과 함께 치유되는 그날까지 정원정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린 노관규 순천시장은 폐회사에서 “지난 214일은 순천이 정원으로 대한민국을 흔들고, 대한민국 전체가 순천에 열과한 꿈같은 시간이었다”며 “여러분(순천시민) 덕분에 정원을 찾은 980만명의 관람객, 순천시민들이 끝내주게 행복했다고 한다. 진심으로 수고하셨다”고 소감을 담았다.
 |
순천 정원박람회 214일간 여정의 폐막을 알리는 폭죽이
하늘을 밝계 물들이고 있다. (조직위 제공) |
이어 공직자, 종사자,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박람회를 위해 지원한 순천시의회, 전남도, 산림청과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순천 정원박람회 무엇을 남겼나
순천 정원박람회는 막을 내렸다. 214일 동안 천만 관객에 육박하는 980만여 명이 정원박람회를 찾았다. 달리 말하면 순천을 찾았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510개 이상의 기관·단체(지자체 200여 곳 포함)가 견학하거나 벤치마킹을 다녀갔다. 333억원의 수익금을 올렸다. 단지 숫자로 분류하기에는 28만 규모의 중소도시가 달성하기에는 놀랄만한 진기록 들이다.
무엇보다 순천 정원박람회가 남긴 것은 가능성이다. 지방의 중소도시도 세계적인 축제를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 2023년 순천 정원박람회가 가져온 대한민국 정원 열풍이 보여줬듯이 말이다.
궁극적인 순천 정원박람회가 남긴 족적은 경제적 낙수효과를 넘어 외부효과가 컸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정부 투자가 잇따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段)조립장 공장을 순천율촌1산단으로 확정했고, 포스코와이드, 포스코리튬솔루션 등이 순천으로 향했다.
해룡산단과 순천산단은 6000억원 규모의 거점산단 경쟁력 강화사업지로 선정됐다. 박람회 이후 순천을 이끌어갈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사업 역시 정부 예산 2000억원을 확보해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순천 정원박람회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 유발 1조 6000억원 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고용창출은 2만 5000명으로 추정된다.
박람회 조직위는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폐막 직후인 11월 1일부터 5일까지(9시~18시 운영) 박람회장 전 구역을 무료로 개방할 예정이다.
 |
지난 31일 오천그린광장에서 진행된 폐막식에 1만여명이 참여해 폐막의 아쉬움을 달랬다. (조직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