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의회가 민주당 소속 의원 간 내홍(內訌)으로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소병철 의원 삭발식에 참여하는 버스안에서 결국 충돌했다. 사진은 순천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다. (데일리호남 DB)
전남 순천시의회가 민주당 의원들 간의 내홍(內訌)으로 뒷말이 무성하다. 고성이 오고 가는가 하면 심지어 동료의원의 멱살까지 잡는 등 충격을 주고 있어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상실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시의회 사무국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입에 담기 힘든 언사(言詞)까지 내뱉으면서 이를 지켜본 직원들에게 눈총을 사기에 충분했다는 후문이다. 멱살을 잡지 않았다는 주장과 멱살을 잡혔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순천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추태는 일파만파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서울행 버스안에서의 순천시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 간 ‘충돌’에 대해 짚어 보았다.
◇ 서울행 버스안에서 무슨 일이(?)
순천시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 15명은 지난 18일 서울로 향했다. 목적은 ‘전라남도 국립 의과대학 설립’ 촉구를 위한 ‘대정부 궐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장소는 용산 전쟁기념관 앞이었다.
서울행 버스가 출발한 지 한시간 정도가 될 무렵, 사건은 촉발됐다. 버스안에서 정홍준 운영위원장이 마이크를 들고, “소병철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가질 예정이니 국회를 들렀다가 용산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진 문화경제위원장이 “의회 회기 기간에 무리하게 일정까지 변경해 가는 것도 부담인데 국회의원 삭발식에 동참하는 게 맞느냐”고 이의제기를 하자 정 위원장은 “어차피 일정이 바뀐 것이니까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동행인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이의제기가 지속되자 “왜 사사건건 반대를 하냐며 정 위원장이 웃옷을 벗고 김 위원장 쪽으로 향했다”며 “니는 뺏지때면(의원을 그만두면) 죽여 부러”라며 막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순간 버스안은 이들을 막느라 아수라장이었다는 전언이다. 이날 버스안에는 민주당 의원들뿐 아니라 의회사무국 소속 의정팀 직원 7명(운전원 포함)이 타고 있어 이같은 의원들의 추태를 모두 지켜봤다.
문제의 쟁점은 국회 일정을 사전에 의원간담회를 거쳤냐는 점이다. ‘데일리호남’이 다수의 순천시의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의원간담회는 거치지 않았고 상임위원장들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소속과 소수정당의 의원들은 배제당했다.
◇ 민주당 행사에 공무원 동원…운영위 ‘딜레마’
 |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 본청 앞에서 ‘전남 지역 국립 의대 신설’을 촉구하는 삭발식을 감행하고 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소병철 의원실 제공) |
이번 순천시의회 상경투쟁은 갑자기 진행됐다. 제272회 임시회를 하루 정회하고 의사일정까지 변경해가면서 상경을 강행했다. 순천시의회는 전남도의회에서 요청이 왔기에 그에 따른 것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순천시의회 사무국 직원 7명을 동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무원 동원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공무원은 정당 활동이 금지돼 있다. ‘국가공원무원법’ 제65조에 따르면 공무원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를 위해 일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 국회 본청 앞에서 감행한 소병철 의원의 삭발식이 민주당의 행사였는지 아니면 전남도의회 차원의 행사였는지의 문제에 봉착된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민주당 소속 시도의원들의 정치적 활동으로 비춰지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당일 국회 삭발식에는 의회사무국 의정팀 직원들은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용산으로 가라고 했다고 한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대정부 궐기대회’에 정치적 목적으로 공무원을 동원시켰다면 순천시의회 운영위가 정확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이에 22일 익명을 요구하는 순천시의회 A모 의원은 ‘데일리호남’과 전화 통화에서 “버스안에서 일방적으로 행선지를 통보한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김 위원장이 이의제기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갑자기 “의정팀장 차 세워”하며 소리를 지르자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이다”며 “서로 소통이 부족한 것인데 오해가 쌓여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확대 해석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
[단독입수]데일리호남이 단독 입수한 전남도의회 공문에 따르면 순천시의회는 서울행 버스를 타기 하루 전날, 국회 앞 소병철 의원 삭발식 일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데일리호남 DB)
|
◇ 시의회, 소병철 삭발식 사전에 알고있었나(?)
문제의 발단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소병철 의원이 삭발식을 하는 기자회견을 사전에 순천시의회가 알고 있었냐는 점이다.
이에 정홍준 운영위원장은 ‘데일리호남’과 전화 통화에서 “전날(17일) 저녁에 도의회에서 연락이 와서 알게 됐다”며 “그래서 버스안에서 양해를 구한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데일리호남’이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남도의회가 이번 ‘전라남도 국립 의과대학 설립 촉구를 위한 집회’ 일명 ‘대정부 궐기대회’에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에는 국회 일정이 포함돼 있다.
공문은 모두 두 종류다. 지난 16일 전남도의회가 전남 각 시·군·의회로 송부한 공문에는 국회에서의 일정은 포함돼 있지 않다. 반면 17일 오전에 전남도의회가 순천시의회로 보낸 공문에는 ‘13:00에 국회 기자회견’ 일정이 잡혀있다.
또 참석예정자를 17일 정오인 12:00까지 전남도의회로 회신해 달라고 명시돼 있다. 이렇다면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공문을 확인하지도 않고 의회사무국이 의사일정 변경을 진행한 것인지, 아니면 운영위원장에게 보고도 하지않고 상경을 진행했다면 문제의 쟁점은 달라진다.
순천시의회 운영위가 국회 삭발 일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 서울행 버스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면, 이의제기를 한 김영진 위원장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번째 공문(17일)의 내용에 대해서 정홍준 운영위원장이 사전에 감지를 못했다면 이번 ‘멱살잡이 추태’는 민주당 의원들의 내홍이 만든 해프닝으로 마무리 될 공산이 크다.
또 공문에 따라 ‘대정부 궐기대회’에 공무원을 동원했다면 그 책임의 무게도 순천시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몫이다. 무엇보다 순천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추태로 인해 소병철 의원의 삭발식 세레모니가 퇴색된 점도 책임의 무게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