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순천만은 왜 아직도 ‘春來不似春’인가
  • 그 반대 목소리는 다 어디로 갔는가, 순천시는 합리적인 관리방안 찾아야
  • 여느 때보다 계절이 빨라 순천시내 도처에 매화, 산수유 꽃이 한창이고 벌써 물기를 머금은 나뭇가지에는 푸른빛을 띠며 생기가 돈다. 그러나 생태도시 순천만습지 한쪽에는 봄이 왔는데도 꽃이 피지 않고 새싹을 틔우려고 미동도 하지 않아 ‘봄이 왔는데도 봄 같지 않은 (春來不似春) 곳‘이 있다. 바로 목포- 광양 간 고속도로 순천만 관통구간이다.

    지난 2012년 여수엑스포를 앞두고 순천만 관통구간(3.5Km)에 대한 생태환경 보전 대책의 일환으로 30여억원의 예산(불빛차단, 저소음 시설 등 포함시 50여억원)을 들여 고속도로 양사면에 1만 천여 그루의 나무를 식재하였으나 그동안 관리하지 않아 70%이상이 죽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의 외관을 가리기 위해 메타세콰이어 가로숲길, 소규모 산수유·동백·소나무 단지 등을 조성하였으나 8여년이 지나도록 방치돼 가로숲길 등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식재된 나무 중 대부분이 칡넝쿨, 지주목 등에 치여 고사하였고, 살아있는 나머지도 부러지거나 칡넝쿨에 감겨 신음하고 있다. 나무를 받쳐주던 지주목이 메타세콰이어와 소나무 등을  뚫을 기세로 파고들어 마치 암이 걸린 것처럼 혹이 나 있다.

    또한 한편에는 불법시설물을 철거하라는 경고문이 부착돼 있음에도 요트, 대형트랙터 등 농기계가 방치돼 있고 농민들의 땅 파먹기(텃밭), 쓰레기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실정임에도 당시 그 반대 목소리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마치 고속도로가 순천만을 관통할 경우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으로 철새들의 휴식이 방해가 돼 철새가 날아들지 않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30여개 시민단체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로공사의 설계 변경안을 받아들이면서 ‘순천만고속국도대책순천지역범시민대책위’는 논평을 통해 “고속도로가 순천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향후에도 추가적인 저감방안이 확충될 수 있도록 환경부에 요구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했다면, 많은 단체회원 중 한 사람이라도 관심을 갖고 현장에 가봤더라면,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경남 양산 천성산 KTX터널 공사시 도룡뇽 살리자는 시위로 공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145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든 사례가 연상된다. 지금 도룡뇽도 잘 살고 생태계 파괴 등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순천만 관통도로 양사면에 추가로 20m의 토지를 확보하여 고속도로로 인한 철새 등의 피해가 없도록 1만 천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는데 나무들이 고사하여 그 자체가 유명무실해도 생태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공사중단과 생태계 보전대책을 요구했던 시민단체, 시의회 등도 국민혈세 30여억원을 허비하게 한 공범이 아닌가.

    순천시의 순천만 관통도로를 바라보는 태도도 문제다.
    순천만 관통도로가 순천만에 위치하지만 엄연히 고속도로 부지로 도로공사가 관리해야 한다는 시각일 게다.
    아마 순천시로서는 당연히 도로공사가 관리해야 하는 곳을 설령 문제가 있다고 순천시가 나서서 관리를 시작하게 되면 계속 관리해야 하는 덤터기를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민원이 제기되자 순천시는 순천만 관통도로 남쪽에 설치한 자전거도로 메타세콰이어 지주목만 딸랑 제거하고 북쪽 메타세콰이어 지주목은 방치했다. 순천시의 얄팍한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순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교육·교통 도시, 송광사, 선암사였다면 지금은 순천만과 순천국가정원일 것이다. 그래서 순천시는 순천만의 관광지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순천만과 국가정원을 근간으로 더 나아가 ‘생태수도’라는 큰 전략을 세우고 도시 전체를 공원화하고 순천만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제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순천만관통도로가 순천만습지보전지구를 포함하고 있고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시민공원으로써 충분히 활용할만한 가치가 있는 지역인데도 도로공사 관리지역이라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해도 되는 지 되묻고 싶다.

    매년 공공근로를 동원해 자라지도 않은 동천가 풀만 자주 벨게 아니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한번이라도 풀 베기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1 인 1 그루 나무심기, 한 평 정원가꾸기 등도 좋지만 조성된 숲과 정원부터 가꾸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도로공사를 두둔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솔직히 도로공사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눈에 보이는 곳을 집중관리하지 순천만과 같이 넓은 지역을 관리하는 곳이 거의 없다. 실익이 없고 가만히 둬도 나무와 잡풀이 잘 자라 미관 뿐만 아니라 안전에 이상이 없기 때문이다. 순천만 관통도로 양사면 숲은 여수엑스포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시민단체 등의 요구사항을 들어 주었던 것으로 잡풀이 자라든 상관이 없는 지역이다. 순천시민단체, 순천시의회, 순천시가 방관해 불필요한 지역임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이제라도 순천시와 순천시민단체들은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도로공사와 더불어 효율적인 관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로 봄 같지 않은 봄을 맞고 있는 우울한 시민들에게 희망의 봄소식을 전해 주길 기대해 본다.

  • 글쓴날 : [20-03-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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