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사업자가 약관에 대한 작성,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
최근 아파트 부정청약 당첨자에게 시행사가 별 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더라도, 분양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몰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탈북민 B는 2018년경 청약통장을 브로커에게 양도한 것을 숨기고 대한토지신탁이 공급하는 아파트에 부정청약을 하여 당첨된 것이 적발되어, 계약이 해제되었습니다.
한편, B는 입주자 저축증서 등의 양도를 금지한 주택법 제65조 제1항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A는 B로부터 공급계약상 지위 및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청구권을 양수 받았다고 주장하며 대한토지신탁을 상대로 기지급 공급대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 공급계약에는 대한토지신탁이 공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로 '공급받는 자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을 때'(제2조 제1항 제5호) 등이 규정되어 있고, 같은 사유로 공급계약이 해제될 때는 공급대금 총액의 10%가 위약금으로 피고에 귀속된다(제3조 제1항)고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1심 법원은 “위약금 조항이 약관 설명의무의 면제 대상” 이라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반면, 2심 법원은 "시행사 측은 위약금 조항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의무를 부담하는데, 공급계약서의 위약금 조항이 특별히 부호나 색채, 굵고 큰 문자 등을 사용해 명확하고 알아보기 쉽게 표시되지 않고 작은 글씨로 인쇄됐기 때문에 통상적인 계약 당사자의 입장에서 인지하기 어려워 시행사가 위약금 몰취 조항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대법원 민사2부는 A가 주식회사 대한토지신탁을 상대로 낸 수분양자 지위 확인의 소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2021다250285).
재판부는 "사업자는 계약의 성질 상 설명하는 것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지만, 사업자의 약관 설명의무는 계약 상대방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해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돼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는 데 근거가 있다.
따라서 약관에 정해진 사항이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사업자에게 설명의무가 없다"고 전제한 후,
"이 사건에서 해제 사유와 위약금 조항은 주택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 상호간에 주택법령을 준수하면서 입주자 선정절차를 거쳐 공급계약 체결에 이르러야 하고 공급계약 체결 이후에도 주택법령 및 공급계약을 따라야 할 법령상 또는 공급계약상 의무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이를 위반한 측에 위약금을 부담시키는 것,
이처럼 계약 일방 당사자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를 대비해 대금 총액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 약정을 하는 것은 거래상 흔히 접할 수 있다"고 보면서,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통해 공급계약 체결에 이르더라도 발각되면 공급계약이 유지될 수 없고 그 때문에 발생 가능한 피고의 손해를 배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은 피고의 개별적 설명이 없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이 사건 공급계약서와 달리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을 두지 않은 주택 공급계약서가 일부 존재한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대법원 판단은 결국 부정청약자는, 약관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호하려는 범위 밖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은 거래상 흔히 접할 수 있고, 위약금 귀속사유인 주택법 제65조 제1항 위반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정도로 사회적 비난 가능성과 책임이 커 이러한 위약금 조항은 시행사의 개별적 설명이 없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