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게리맨더링'으로 기형적인 선거구가 돼 버린 순천 해룡면 주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게리맨더링'은 특정 세력에 유리하도록 기형적이고 불공평한 선거구를 획정하는 행위다.
해룡면 18개 사회단체 대표들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정개특위 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을 잇따라 면담하고 '순천 해룡면 선거구 정상화'를 강력 촉구할 계획이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선거구를 획정하면서 순천시 선거구 가운데 해룡면만을 분리해 인근 도시로 편입했다.
이에 인구 5만5천여 명에 달하는 해룡면은 행정구역이 순천이면서도 선거구는 광양으로 편입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로 인해 해룡 주민들의 선거권이 사실상 침해되면서 순천시민이라는 정체성마저 상살돼 가고 있다는 불만이 임계점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순천광양곡성구례갑'과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이라는 이중적 구조가 각 지역구 국회의원 과 소속 시의원들의 관계를 여러가지로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9 명의 단체 대표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정치적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 내고 유권자의 권리를 되찾겠다"며 벼르고 나섰다.
이들은 △ 전남 제 1의 도시에 걸맞는 인구수에 비례한 순천시 국회의원 선거구를 정상화 하고 △ 유권자의 권리를 왜곡시키는 게리맨더링 중단과 △ 균형발전과 평등선거 원칙에 맞는 선거구 개편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선거구 획정 기한을 이번에는 엄수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시의원을 지낸 김문수 순천포럼 준비위원장은 이날 "인구 27만4천 명인 여수는 국회의원이 2 명인데, 인구 27만8천 명 순천시는 국회의원이 사실상 1 명"이라며 "행정구역이 순천인 해룡면이 국회의원 선거구로는 광양곡성구례 지역에 붙어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읍면동 단위로 보면 전국에서도 인구 최상위인 지역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가장 소외되는 기현상이 발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2020년 3월 4일 중앙선관위 선거구 획정안에 순천시가 국회의원 2 석으로 분구되는 것으로 제출됐음에도, 3월 7일 국회에서 순천시는 사실상 1 석으로, 해룡면은 광양곡성구례에 빌 붙는 다른 선거구가 돼 버렸다"고 성토했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지역구 의원들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김문수 위원장은 "당시 순천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었다"며 "국회의원 지역구 조정은 마치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역 국회의원이 최선을 다해서 지켜줘야 했다"고 주장했다.
"남 탓이 아닌 해당 지역구 의원이 중앙정치의 힘이나 지역구 의원간 소통과 연대를 통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쟁취해 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소병철 국회의원의 향후 입장에도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지난 총선 당시 소 의원은 이같은 선거구 획정과 함께 노관규 후보(현 순천시장) 등 강력한 주자가 이 한 자리를 놓고 텃밭을 갈고 있는 와중에 민주당 전략공천을 받았다.
이에 노관규 후보와 지지자는 물론이고 순천시민들의 '전략공천'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자 소 의원은 '순천 선거구 원상회복'을 자신의 1 호 공약으로 천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노관규 후보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순천시장에 화려하게 다시 입성하면서 순천시장 3 번 당선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순천은 민주당 텃밭인 전남에서도 정치 참여도와 인식 수준이 남다르다.
새누리당과 민노당, 통합진보당 후보를 국회로 보내주기도 한 곳이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 경쟁이 본격화 될 가운데 해룡면 주민들이 물꼬를 튼 '선거구 정상화' 가 지역 정가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