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초, 전세계 흑두루미의 90%가 월동하는 일본 이즈미시에서 흑두루미 6천여 마리가 순천만으로 역유입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평소 3천여 마리가 월동을 해 온 순천만의 흑두루미 개체 수는 9천841 마리(11월 21일 기준)로 대폭 늘었다.
흑두루미는 10월 중순부터 11월말 사이, 러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월동을 하기 위해 남하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228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순천시 순천만보전과 황선미 주무관은 "최종 월동지인 일본에 도착한 그룹의 일부가 다시 북상해 한국으로 역유입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NHK 서울지부 등 일본 주요 언론들도 이같은 사실을 적극 보도한 데 이어, 취재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언론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의 위험을 피해 안전하고 먹이가 풍부한 순천만으로 이즈미 흑두루미들이 대거 이동한 것"이라며 "순천만은 흑두루미 분산과 종 보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서식지"라고 평가했다.
순천만에는 현재(1월 12일) 5천117 마리가 월동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흑두루미는 일본 이즈미시로 돌아가거나 인근 여자만과 하동 갈사만, 서산 천수만 등으로 분산된 것으로 순천시는 파악했다.
△ 흑두루미는 왜 순천만을 택했나
순천시는 지난 2009년부터 순천만 인근 7천738 ㎢를 생태계보호구역으로 설정, 전봇대 282 개를 제거하는 등 환경저해 시설을 철거하고 흑두루미 경관농업단지를 운영해 왔다.
그 결과, 흑두루미 월동 개체수가 350 마리에서 3천400 마리까지 증가했다.
또 이 같은 월동 개체수 뿐만 아니라 2021년 가을과 2022년 봄 이동시기에 이즈미 흑두루미 5천여 마리가 순천만을 중간 기착지로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흑두루미 서식지 확대를 위해 흑두루미 먹이터 주변 비닐하우스 7 개동에 대한 보상을 지난해 말 마치고 흑두루미 먹이터로 복원할 계획이다.
특히 흑두루미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예년보다 한달 일찍 먹이주기를 시작한 데 이어, 볍씨 살포기로 넓은 농경지에 먹이를 흩뿌리는 방식으로 방법을 바꿨다.
또한 먹이 제공 장소를 대대뜰을 포함한 인안뜰까지 확대해 흑두루미 밀집을 최소화 했다.
△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 위한 지자체 연대
노관규 순천시장은 지난 12일 강원 철원군과 충남 서산시, 그리고 인근 여수.광양.고흥.보성 등 6 개 지자체장과 흑두루미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노관규 시장은 이 자리에서 "멸종위기 흑두루미 종 보존을 위한 남해안 흑두루미 벨트를 완성하겠다"며 흑두루미 서식지 분산을 위한 남해안벨트 조성을 정부에 건의했다.
노 시장은 "흑두루미의 이동은 한 지자체의 노력 만으로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지자체 간 연대는 물론, 국가 간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지자체는 앞으로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서식지 위협요인 분석 및 관리계획, 흑두루미 분산 및 상시방역 시스템 구축, 개체군의 변화 등 모니터링 정보 교환 등에 나설 방침이다.
국제두루미재단 스파이크 밀링턴 부회장은 "흑두루미의 잠재적 월동지를 발굴해 서식환경 개선과 먹이주기 등을 통해 월동지를 확대해야 한다"며 "흑두루미를 여러지역으로 분산해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 보전될 수 있도록 공동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순천만, 세계적 흑두루미 탐조관광 거점으로 구축
노관규 시장은 "생태가 개발을 억제해 도시의 발전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순천시가 전세계에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시장은 "흑두루미 개체수가 늘면서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 확대를 정부에 건의했다"며 "정부에 건의한 인안뜰은 흑두루미가 농경지 안에 있는 전봇대의 전선에 걸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확대 대상지 면적은 총 109 ha로 전봇대 161 개를 지중화하고 용수로 관로공사와 흑두루미 영농단 운영 등을 포함하고 있다.
노 시장은 "여수.광양.고흥.보성 등 남해안 흑두루미 벨트 조성을 정부에 추가로 건의해 세계적인 흑두루미 탐조관광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순천이 보유한 흑두루미 서식지 관리의 경험과 지식을 적극 공유하고 흑두루미 종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