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앞둔 직장인이라면 대부분이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가 한번쯤 고민에 잠 못 드는 밤을 보냈을 것이다. 필자도 퇴직 2년여를 앞두고 생각이 많았다. 고향으로 가 농사를 지으며 소일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순천대평생교육원 귀농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양봉교육도 받았다. 작년부터 시골에 농막을 지어놓고 고추, 상추, 고구마, 배추 등을 조금씩 직접 심고 가꾸어 보았다.
대학 졸업 시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고 부모님 곁에서 농사일을 거들어 처음 귀농한 사람들보다 익숙하다고 장담했으나 실상은 녹록치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잡초를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가소비 외에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부모님이 심으신 은행나무가 몇 그루 있어 팔아 돈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며칠간 허리가 아프도록 주워 구례장으로 가져갔다. 함께 간 집안 누님이 거들어 도.소매를 하시는 분께 가까스로 kg당 3,500원에 팔았으나 정작 누님은 2,000원에도 팔지 못하고 힘들여 싣고 간 은행을 되가져 와야 했다. 그 많은 은행을 줍고 박피를 하는 수고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노동의 대가가 이정도 낮게 평가되는 현실 앞에서 농촌에서 소득 올리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농사를 계속할 것인가 고민하던 차에 후배로부터 기자 제안을 받았다.
퇴직을 앞두고 지인들을 만날 때면 할 일 없으면 기자나 하겠다고 공언해 왔었다. 지인 중 과반정도는 전직 경험을 살려 기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며 적극 권유한 반면 일부는 ‘기레기’ 취급받으며 욕먹을 짓을 뭐라고 하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노동가치에 대한 저평가와 퇴직 후 귀농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고민하던 차에 후배가 제안을 해와 수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12월 정식 오픈 날짜가 다가올수록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왜 기자들이 ‘기레기’ 취급받는지 알고는 있었고 남의 얘기로 들려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막상 내 일이 된다 생각하니 궁금해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기레기’를 치자 ‘기레기 아웃’, 기레기를 비꼬아 만든 가사 등등 수없이 많은 글들이 쏟아져 솔직히 심리적으로 부담이 된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관심을 받아본 적도 없고 류근 시인의 ‘상처적 체질’을 읽으며 필자 또한 작은 것에도 상처를 잘 받는 ‘상처적 체질’을 갖고 있구나 깨닫곤 하는데, 시쳇말로 무슨 이득이 있다고 비난을 감수해가며 글을 써야 하는가, 쓸 자신은 있는 걸까.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까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하기로 수락을 한 상태고 일부 지인들에게 기자를 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시작해 보지도 않고 그만둔다면 이 또한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쏘지 않은 슛은 100% 불발”이라는 어느 스포츠 선수의 말이 생각난다. 일단 쏘고 보자로 마음을 굳혔다.
아직 대다수 기자가 ‘기레기’로 비난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묵묵히 소명의식을 갖고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가 더 많이 있을 것이다.
기자 시작에 앞서 느낀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고 항상 되돌아보면서 기자활동을 하고자 한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가치 중립적 시각을 갖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발행인이 인사말을 통해 밝혔듯이 ‘바른 사실에 입각한 정직한 보도’, ‘지역 주민과 늘 소통하며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등 데일리호남의 지향점을 잘 이해하고 거기에 걸맞도록 기사를 쓰는데 전념하고자 한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며 다시 한번 ‘기레기’를 생각한다.